서류를 할때 마다 도장이 필요했어서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모른다. 도장을 못 챙겨간 경우에는 그 마을에서 만들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개학때만 되면 도장을 찾게 된다. 그 많던 도장이 다 없어지고 딱 하나만 남았다. 오늘도 마지막주여서 서류를 만들고 도장을 찍다보니 도장에 묻은 인주를 휴지에 닦고 주머니에 인주가 묻지 않게 하려고 휴지에 싸두었다. 맞다 늘 휴지 인 줄 알고 함께 버렸음을 깨달았다. 안경만큼이나 여기 저기 가져다 놓고 살았었다. 사실 싸인이 대세이고 서류도 한글로 만든 서류에 도장을 같이 입혀 메일로 보내 버리면 되는데 계산서를 날 잡아 그린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 늘 계산서를 갖고 다니면서 도장을 찍곤 했었다. 내 차안이 또 다른 서류 저장소였는데 내 차를 치워주던 남편이 휴지를 버린다고 휴지에 쌓여 있는 도장까지 버린 것 같다. 작은 아이의 이름을 개명해 주기 위해 도장을 찾다 보니 남편의 도장과 친정 동생과 친정 부모님의 도장들이 다 나왔다. 정말 도장이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때 학교에서 선물로 받았었던 흘림체로 된 쇠로 부어 만든 도장이 생각났다. 나의 첫도장이어서 참 특별했었다. 물론 별로 쓸일이 없었는데 언젠가 찾았는데 없어져서 참 아쉬워 했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것을 잃어 그 순간 가장 귀하게 여기고 목숨같고 전부였던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린 것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카페에 오신 분이 시간이 다 지나고 보니 별다를 것이 없는데도 그때는 왜 그렇게 절실했고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아니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후달구곤 했던 것이 스스로도 이해가 안된다고 고백하여 우리 모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 모두에게 잃어지고 어떤 존중도 받지 못하는 아무 것도 아닌 삶들이 더 많이 남아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자식들에게 조차도 잃어질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활짝 꽃 피는 순간이 너무나 짧기에 그렇지 않은 더 많은 날을 소중히 여기고 느긋하게 묵묵히 살 수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쓸모 없어진 도장 같은 신세로 전락 되어진다 해도 주님안에서만은 존중되어짐을 믿고 어떤 상황속에서도 잘 살아 낼 준비를 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상을 어떻게 사느냐가 관건임을 늘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