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두번이나 갔다 왔다. 아침에 갈 때 운전 중에 눈발들이 튀여 앞 유리창이 지저분 해졌다. 마침 워셔액이 떨어져 불편하였다. 워셔액이 운전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저녁에 강릉으로 들어가는데 잊어 버리고 있다 출발하고 보니 또 걱정이 되었다. 남편의 퇴근이 늦어져 부득불 내가 갈 수 밖에 없었다. 차엔 휴지와 레몬하나 밖에 없어 ‘레몬 즙을 짜서 닦아내야 하나?’ 하고 걱정을 하였다. 강릉역에 도착해 편의점에서 워셔액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몰랐다. 캄캄하기도 했고 잘못 넣었다간 차가 망가질 것 같아 휴지에 워셔액을 묻혀 닦으려고 병뚜껑을 벗겼는데 잘못하여 옷에 흘리고 말았다. 어째튼 휴지에 워셔액을 묻혀 닦아내고 큰 아이를 만나 운전을 하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아이들에게 밥을 만들어 먹이고 몸에까지 워셔액이 묻었을 것만 같아 샤워하고 잠을 자야했다. 광진산에 가기전에 남편이 워셔액을 넣어 주며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십사년차 드라이버였으면서도 이제야 알았다고 하니 남편이 <우리가 모르고 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며 세상에 더이상 없는 천사같은 말로 위로를 해주어 감사했다. ‘내게 관여 된 것인데도 이렇게 모르고 살다니!’나 스스로도 한심하다. 날마다 사용하는 자동차인데 말이다. 사람이 원래 그런 것 같다. 만드신 이가 해주는 조언에 대해 못마땅해 하다가 시간이 지나거나, 어떤 특별한 계기로 깨닫고 알게 되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생겼었던 내 생애속에서 이해 할 수 없었던 상황들속에서 그냥 무던하게 견디며 지난 온 사건들이 참 많았었다. 물론 나의 불찰과 잘못 혹은 무심함때문에 일어난 일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 내가 잘못을 한 것까지라도 하나님께서 가장 적합한 것들로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베풀어 주시려 하셨음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그것도 깊이 묵상할때에만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워셔액 같은 사건이 내게 한두개만 있었겠는가!’ 싶다. 무지가 죄라고 하셨는데 내가 타고 다니는 차에 관련된 부분 조차도 남편에게 떠 넘기지 말고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 더 지혜로워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