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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첫 산행

걸상 2019. 1. 12. 17:53

 

유명산도 아닌데도 목표지점까지 두 시간이나 걸렸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기상캐스터의 멘트에 겁이 나서 어머니께서 주신 기모 내복을 입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너무 더워 초입부터 지쳤다. 너끈히 내 실력으로도 갈 수 있을 정도의 시간과 무난한 코스였는데도 말이다.

 

집에 오자 마자 얼마나 아픈지 침대에 매트의 온도를 올리고 누웠는데도 손발이 녹여지지가 않았다. 정말 죽을 것만 같았는데 하룻밤을 앓고 났더니 움직일 수 있었다. 주변에서 회복력 하나는 끝내 준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내 형편이 오랫동안 앓아 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생각에서 출발함을 깨닫는다. 카페도 지켜야 하고 수업에도 가야했고 사람들이 자꾸 연락을 해주시니 벌떡 일어나 움직이게 되었다. 남편이 약을 사다 주고 주물러 주고 온갖 수발을 다 들어 준 덕분이기도 하다. 전날에는 남편이 몸살이 걸렸어서 죽을 끓이고 맛사지를 해주고 내가 수발 들어 주었었는데 완전 원수 갚음을 당했다. 기침을 멈추게 하려고 독한 약을 삶은 달걀 하나만 먹고 마구 먹었는데 기침은 가라 앉았는데 설사가 생겼었다. 이젠 약조차 끊고 건도라지를 갈아서 먹으면서 기침을 가라 앉힐 생각이다. 모든 근육 조각을 셀 수 있을 것 처럼 아팠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 신기 할 정도로 금방 좋아졌다. 친한 선생님들이 둘 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았다며 잘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여행 가서 아프면 좋은 구경도 다 놓치고 힘만 들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워밍 업차원에서 산행을 결정했었는데 호젓하고 좋았다. 물이 있는 계곡을 따라 올라 갔었는데 물을 마시러 온 산양도 보았다. 우리를 피해 가파른 계곡을 단숨에 올라가 산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참 먹먹해 보였다. 떠나는 모습이 우리 사람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박국에 나오는 말씀이 생각났다. 하박국3:19 주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다. 나의 발을 사슴의 발과 같게 하셔서, 산등성이를 마구 치닫게 하신다. 성경의 장면과 닮아 있는 산등성이가 신기했고 산양의 치닫는 모습도 신기했다. 나로 모든 어려움을 이기게 하시는 주님을 의지함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의 경우는 맥 놓고 앉아 기다림이 아닌 매순간 치닫게 하시는 분이심을 알게 되었다.올 한해도 그렇게 치닫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