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려다 보니 키가 없어 찾아 다녔다. 눈에 잘 띄게 동서가 준 퍼(fur)키고리를 달아 두었었다. 있을 만한 곳을 아무리 찾아도 없어 혹시나 하고 차에 가보니 차에 꽂혀 있었다. 문은 잠긴채 다행이 집대문 바로 앞쪽에 문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건망증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젯밤에 차에 있는 드라이어를 가지러 갔다가 꽂아 둔채로 들어 왔나보다. 어제 아침 갑자기 전기 차단기가 망가지면서 보일러도 망가져 밤새 떨면서 잠을 자야했다. 전기가 나가니 가스도 켜지지 않았다. 성냥이나 라이터도 없었다. 차단기를 갈아서 전기는 들어 왔는데 보일러를 고치는 시간을 놓쳐버렸다. 집안이 동굴같이 추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기가 이렇게 삶전체를 좌지 우지 하는 구나 싶어질 정도였다. 머리도 찬물로 감고 차에서 히터로 말렸더니 엉망이었다. 삶속에서 그리고 내 몸에서 중요한 무언가 빠진 것 같은 상태로 하루종일을 보냈었던 것 같다. 갑자기 내가 원시인이 된 것 같았다. 자연 그대로가 좋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이젠 그렇게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진정 현재의 문명의 이기를 온전히 누리고 사는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 바로 나였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