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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의 빛의 역할

걸상 2018. 9. 16. 19:54

너는 가장 마지막에 온다. 차오르지 않는 빈 몸으로 온다.

싫다고 말하면 돌아서는 사람들과 있었다.

계단에서 발을 헛딛고 주저앉는 사람들과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입을 삐죽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을때.

저기 저 숲에서는 수천 마리의 새들이 날개를 접고 앉아 있다.

누가 먼저 울음을 멈추는지 보려고 했다.

멈춘 창문. 멈춘 식탁. 손을 잡고 있는 손.

우리에겐 영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있었다.

아무렇게나 여름을 건너려는 사람들과 있었다.

무너지고 있는 집 안에 들어가 깨진 물건들을 함부로 만졌다.

아무것이나 붙잡고 매달리고 싶어 하는 두 팔.

습기와 슬픔이 구별되지 않는 팔월.

매일 같은 자리 같은 공간에 있었다.

튀어 오르지 못하는 공은 구르다가도 멈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기도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마지막은 늘 그렇게 끝났다.

 

지난번 서울에 갔을때 큰 아이가 선물이라며 준 시집이 그녀의 것이었다. 그리스도인의 빛된 삶이라는 것이 내게 있기는 있었던가 반성해 보게 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