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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걸상 2018. 4. 16. 16:54

 

 

 

주일 아침 빗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아 걱정이었다.

모란은 길어야 삼일인데 오늘쯤 활짝 펴줄 줄 알았는데 꽃잎에 물이 묻어 필 것 같지 않다.

각티슈로 꽃잎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시간이 없어 그냥 꽂아 놓고 집에 갔다.

 

 

대문을 나서려다 보니 뜰의 꽃은 제법 피어 있어서 또 두개를 꺽어 왔다.

교회에 와 보니 신기하게도 그 사이 꽃잎이 말라서 활짝 피어있었다.

모든 꽃들 보다 종이같이 얇은데다가 넓기까지 하여 순식간에 꽃이 말라버린다. 꽃잎이 너무 커 정말 종이꽃 같은 느낌이 들곤한다.

 

‘참 꽃의 생명이 짧구나!’를 느낄 수 있는 꽃중의 하나다.

목련은 빨리 떨어져서 슬프지만 모란은 빨리 마르는 것이 정말 잘 보인다.

그래서 최대한 꽃을 늦게 꺽어 와서 꽂아야만 했다.

꽃이 워낙 커서 빵반죽을 성형을 해 두었다가 시간이 오버되면 무너지는 것 처럼 그렇게 뭉개지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꽃이다.

시든 해바라기를 그대로 그렸던 고흐였다면 이렇게 시든 꽃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상상해 보게 만들어 나는 고흐처럼 그릴 수 없기에 시들어가는 꽃앞에서 자꾸 셔터를 누르게 된다.

꽃만큼이나 짧은 인생인 것 같다.

꽃이 순간을 사는 것 처럼 우리도 어쩜 순간 순간 하나님앞에서 살아야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순간의 판단, 기쁨,즐거움,거룩이 중요함을 느낀다.

 

꽃의 얼굴이 너무 커서 꽃꽂이를 할때 마다 느끼는 것은 정면으로 보이게 꽂으면 부담스럽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병꽃이가 훨씬 편안하게 보인다.

모란의 장점은 꽃향이 꽃의 크기에 비해 향이 은은하다는 것이다.

꽃이 지는 것이 안타까워 진 꽃잎을 따서 테이블위에 말려가며 마지막까지 향을 즐겨본다.손님들이 향이 없다던 모란의 꽃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