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내 바지를 사러 갔었다.
나 혼자 운전해서 가려고 하니 졸려서 자신이 없어서 운전을 부탁했었다.
인견바지를 너무 오래 입어서 살갗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헤어졌음에도 까만 색이니 그냥 입고 또 입고 한해를 보내곤 했었다.
묵호 시장에 갔는데 여자 사장님이 서울에 가시고 남편 분이 계셨다.
내가 옷을 입어 보는 사이 남자 사장님은 당신이 입어 보니 너무 좋다시며 남편에게 팬티도 권하고 청바지도 권하였다.
귀가 얇은 남편이 덜썩 같이 사왔다.
아침에도 밤에도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속옷이 너무 편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또 사주고 싶어질 정도다.
인견으로 만든 청바지를 찾지 못해 그냥 왔는데 꼭 사줘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남편은 돈을 버느라 시간도 없어 옷도 제대로 못얻어 입을 때가 많아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한번 지르게 되면 원하는 만큼 사주게 되곤한다.
우연히 같이 가서 남자들의 옷을 세일해도 내가 사라고 이야기를 안해주면 절대 사지 못하는 편이다.
몸이 결혼이후 관리를 잘하여 사이즈가 그대로니 옷을 오래 입는 편이다. 우리동네 프리마켓에서 산 옷도 정말 소화를 완벽하게 해 내는 몸매다.
또 옷을 얼마나 아껴서 깔끔하게 관리하며 입는지 모른다.
우리 목사님께서 우리 남편을 처음 만났을때 입은 것을 보셨던 그 노란 잠바를 아직고 입고 있더라면서 처음 우리 교회 개척할 무렵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막 웃으셨었다.
아마도 이십년은 된 것 같다셨다.
형부가 주신 노란 티셔츠도 내 생각에는 본전을 뽑았음에도 아까워하며 버리질 못하고 있다.
나만큼이나 정들고 오래 입은 옷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고맙다.
어릴적에 엄마나 아빠가 다 떨어진 속옷을 입는 것이 참 싫었었다.
그런데 이젠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다.
남편이 헤어져 구멍난 런닝셔츠를 버리지 못하고 입으면 내가 확 찢어 버리곤 한다.
작은 접촉사고가 났더라도 부득이하게 남이 속옷보면서 욕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이라고 늘 말해 주곤한다.
어째튼 너무 행복해 하니 늘 가졌던 미안함과 부채감을 살짝은 갚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