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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걸상 2017. 8. 15. 11:36

오늘은 남편이 오롯이 자기 만의 휴가일로 잡은 날이다.

아침을 먹고 씻고 어깨에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허름한 옷을 입고서도 저렇게 행복해 할 수 있다니'하고 바라보게 될 정도였다.

골프를 치기위해 일주일 동안 몸을 만들고 마지막 하루전날에는 더 조심한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날 정도였다.

준비가 다 되었는지 확인하러 어제 공방에 한번 더 다녀왔었다.

어깨가 아프다고 주물러 달라면서도 용감하게 나섰다.

비장함까지 묻어있는 뒷모습을 보여 주고서 말이다.

운전을 배우고 나면 운전이 하고 싶어 안달 나는 것 처럼 목공이 하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인 것 같아 보였다.

한학기 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어질 정도다.

열시까지 가서 점심을 사먹고 네시까지 온종일 목공만 할 작정이다.

마루에 놓을 장식과 수납을 겸할 테이블을 만들고 싶어했다.

어제 퇴근하여 가보니 마루 테이블위에 조각도 같은 소소한 자기만의 목공도구들을 다 꺼내 놓았었다.

일주일 전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생각해보고 행복해했었다.

공방에서 레슨을 받는 것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었었다.

우리가족들이 가구를 사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고 더 멋진 가구가 만들어 질 것을 적극 권해 주었었다.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는 남편이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다.

우리 아이들이 닮아주었면 하는 부분이다.

막연히 좋아했고 하고 싶어 했던 것을 취미의 영역까지 끌어 올릴 수 있기까지의 그 고통의 크기를 알기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처음엔 남편의 어처구니 없어 보이기 까지 했었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마도 온 몸이 가장 너덜너덜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행복해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