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리는 모습은 그리움을 닮았다는 시인의 말을 떠 올리게 하였다.
차를 운행할 수 없어 걸어서 시장에 갔다왔다.
야채 가게도 오늘은 일찍 문을 닫고 있었다.
오후 다섯시도 안된 시점인데도 말이다.
서점에 혹시 찬양곡 악보집이 있을까 싶어서 들렀다가 시집과 요리관련 책을 두권이나 사왔다.
아직도 내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중 하나는 요리이다.
강사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남편이 "뭘 이런 책만 사왔어!" 하였다.
다음학기 강의 계획서를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고 보니 잘 사왔다 싶었다.
오늘 하루는 눈과 요리책에 파묻혀 지내게 된 것 같다.
두번이나 장보러 갔었는데 장작 난로가 있으니 집에만 들어오면 따뜻함이 밀려와 정말 좋았다.
난로를 놓은지 이년차가 되니 남편과 내가 난로를 잘 다룰 줄 알게 되어 좋다.
큰 아이 친구들이 왔었을때도 난로 덕분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곳곳마다 아직 눈이 내리는 데도 눈을 치우고 있었다.
미리 미리 치워야 힘들지 않기 때문이리라.
눈이 오니 왜 그렇게 식재료를 사고 싶어지는지...
작은 아이가 엄마 힘드시니 아침밥을 안해주셔도 된다고 하였었다.
<너를 위해 밥하는 것은 엄마에게 있어서 가장 기쁜 일이다.
전혀 힘들지 않다.
아니 힘들어도 즐길만 하다.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모습과 자기 논에 물이 들어가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이란다.
엄마도 그래 너 덕분에 단백질 풍부한 반찬을 먹게 되니 우리도 감사하다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엄마도 다른 엄마처럼 적금들어준다고 엄마차 너준다고 하며 현역으로 입대하라고 했을 것이다.
너의 결정에 동의한 것은 너와 함께 하는 모든 일을 기쁨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해주었다.
늦게 일어나 밥을 못 먹고 갈 것 같은 상황임에도 조금씩이라도 먹고 가니 늘 감사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대에 가면 아침을 못 먹고 온 아이들을 위해 빵과 음료수를 준비해 준다고 한다.
작은 아이가 눈 때문에 고생하겠다며 남편이 걱정스럽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나는 토요일에 있을 찬양세미나가 걱정된다.
눈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