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체감

걸상 2009. 12. 28. 20:30

작은아이가 오랜 만에 돈까스가 먹고 싶단다.

<좋아! 재료사러 가야지?> 하였더니

아이의 주문이 늘어진다.

빵가루입자가 컸으면 좋겠단다.

소스는 만들어진 소스에 야채를 충분히 넣어  만들어 달란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운 것보다는 씹히는 질감이 깊었으면 좋겠단다.

 

홈플러스도 걸어서 5분도 안걸리지 축협도 차로 5분이 안걸리니

절대로 저장해 두었다가 먹을 정도로 고기를 사지 않는 편이다.

성격탓에 만들어서 나스스로를  바쁘게 살고 있으니 때로 욕을 먹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안심은 부드럽지만 씹히는 맛이 덜하니 등심을 사야겠구나!

식빵을 샀다가 살짝 말려 빵가루로 만들어야지 큰 입자의 빵가루가 되니 더 바빠졌다.

고기를 사온 김에 오늘까지 이틀동안 저녁 두 끼를 돈까스를 만들어 주었다.

오늘 것이 소스가 제대로 되었단다.

입맛도 까다로워 왜 그렇게 말도 많은 것인지...

남편이 <너 요리사 할래?>

나는 <남이 만든 음식이 맘에 들지 않으면 직접 만들어 먹지?>

아이는 <<그래볼까?>>

서로 죽이 잘맞는다. 

 

장을 보는 김에 지난번에 사두었던 도루묵찜을 하려고 재료를 사왔었는데 모닝콜시간을 잘못맞추어서

너무 늦게 일어나 만들지 못했다.

어제 작은 아이와 남편과 함께 EBS에서 하는 영화를 새벽한시까지 보고 잤던 터였다.

손예진,조승우,조인성 주연의  클래식이었는데 아이도 중학교때도 보고 몇차례 보았는데도

새로운 것을 보는 것 같이 재미있다며 정신이 없다.

문상을 다녀온 터라 흔들 의자에 누워 졸다가 늦게야 같이 합류하여 보게 된 남편도 너무 재밌어 하였다.

같이 영화를 보고 나니 서로 무척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었다. 

 

나 만의 공간을 고집하는 아이들이지만

우리부부는 서재로 만들어 놓은 방에서 굳이 TV며, 컴퓨터게임이며, 밥먹는것도 다  한공간에서 북적대며

같이 하게 만들어 늘 아이들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한다. 

 

토요일에 산에 같이 갔었던 선생님이 대학생 딸이 방학이어서  내려와 있어

아침에 아이방에 들어갔더니 컴퓨터하고 있다가 화를 내더라면서 섭섭해하셨었던 이야기를 해주니

자기들도 아빠가 자기만의 공간에 들어오면 당연히 화를 내었을 것이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부모된 우리부부도 공감이 되면서 섭섭해져왔다.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우리 슬하에 있어지지 않음을 알면서도

'부모는 늘 넘치는 외사랑에 속상해 할 수 밖에 없는 존재구나!' 싶다.

이제야 아이들이 아빠가 직업적으로 힘듦을

자기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알게되었어도 어릴적부터 일궈오지 못한  일체감이 순식간에 이루어 질수는 없는 노릇임을 깨닫는다.

 

다행이 작은 아이가 아직 고등학생이고 큰아이가 방학이어서 집에 있으니 순간순간 더 많이 북적거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야지 싶어진다. 

 

지난 금요일에는 남편이 인터넷으로  피아노의 숲 16권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직접 사와서는

아이들과 서로 먼저 읽겠다고 싸웠었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아이들과 같이 공감할 거리들을 열심히 찾아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의 태백산 산행  (0) 2010.01.08
수술  (0) 2009.12.30
레슨  (0) 2009.12.26
아버지 생신  (0) 2009.12.09
심방  (0) 200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