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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걸상 2024. 10. 15. 17:51

궁중민화의 일부분을 잘라 그리기 쉽게 만든 것인데 나와 같은 찐 초보를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 민화 그리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단순하게 점을 찍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렵고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색을 칠하다 보면 얼룩이 져 있어서 난감하다. 힘 빼고 자연스럽게 쓱 칠하면 된다고 하는데 힘이 빠지지 않는다.

바탕은 커피를 섞어 아교칠을 해 주었는데 은은한 색감이 좋았다. 처음에는 그림을 통에서 꺼낼 때마다 커피 향이 나서 너무 좋았었다. 그런데 물이 튀면 얼룩이 남는 것이 흠이었다.

민화의 장점은 초보인 내게 밑그림이 있다는 사실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방의 연속뒤에 진정한 실력과 창조가 나올 것이다.

나뭇잎의 바림을 할 때면 색이 하나씩 더 첨가될 때마다 색감이 살아나는 것이 신기했다. 민화의 또 다른 장점은 색의 화려함이 주는 기쁨이 정말 크다는 것이다. 우울하다가도 색을 칠하다 보면 위로가 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림을 전공하신 분들은 언젠가는 창작의 영역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들 말씀하시곤 한다. 언제나 내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런지 상상 할 수도 없다. 그림 신생아지만 전시회에 그림을 내어 보라고 선생님께서 권해 주신 덕분에 작품을 낼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 물론 선생님과 친한언니가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또 남편이 애써서 액자를 잘 만들어 주어 감사했다.

배접을 하였는데 커피라서 생겼었던 얼룩이 깨끗해져서 신기하였다. 아마도 배접을 하는 과정에서 얼룩이 빠질 정도로 전체적으로 커피물이 씻겨진 것 같았다. 친한 언니가 보여달라고 하셔서 보여드렸더니 “잘 나왔다”라고 하시면서 “첫 작품이네”라고 말해 주시는데 순간 마음이 뭉클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