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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

걸상 2024. 10. 9. 18:22

오랜만에 맞는 휴일이어서 무릉계곡을 다녀왔다. 그동안 비가 많이 온 탓에 폭포에 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동행하셨던 조장로님께서 정말 건강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한큐로 올라가셨는데 내가 그 연세가 되었을 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음료수와 홍시와 사과와 내가 만든 빵을 챙겨가서 용추폭포 앞에 앉아서 먹고 내려왔다. 오는 길에 친한 선생님댁의 꽃도 잠깐 구경하고 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밥이 한 공기정도 있으니 라면을 끓여 먹자더니 남편이 직접 물을 올렸다.

멸치와 다시마 육수를 낸 다음에 된장을 풀어 수프는 한 개만 넣어 후다닥 만들어 왔다. 수요예배에 가고 싶어 빨리 먹고 씻고 가려면 시간이 촉박했었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시월말쯤에 한번 더 가야겠다. 왕복 두 시간쯤 걸었는데 정말 상쾌했다.  미리 계획하지 않고 걷기 위해 무릉계곡으로 나섰던 것인데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호흡이 버거워질 정도까지 급한 속도로 운동을 하고 난 뒤의 쾌감을 즐길 정도의 적당한 코스였다. 종종 무릉계곡을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내려왔다. 우리는 조금 늦게 출발을 하였어서 올라갈 때는 내려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내려올 때는 사람을 거의 만날 수가 없었다. 동네 마실 가듯이 두시간 동안의 산행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최고의 장소에 후다닥 다녀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대자연 앞에 그 지으신 분을 생각하며 압도될 수 있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무릉계곡은 바다와 또 다른 절대적인 공간이었다.

사실 참 오랫동안 왼쪽 발목과 발등부분과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다 나았다고 느껴진 것이 최근 며칠 사이였었다. 오늘 두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왔는데도 아팠던 부분이 가뿐하였다. 이제 부터는 서서히 무리가 가지 않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도 될 것 같아 감사했다.  

돼지감자 꽃이 바라만 보아도 정감이 넘친다.  처음 피어난 꽃의 청초함이 느껴진다.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