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러 도계에 갔었다. 흐드러졌다고 표현해도 될만큼 만개한 벚꽃과 눈이 함께 있어서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신기하여 사진을 찍었다. 눈터널면서도 꽃터널을 지나갈 수 있었다. 연두 빛도 흰눈과 함께 여서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꽃도 그립고 어제 히터를 가지고 오지 못해서 오늘 다시 다녀왔다. 삼척에는 다 진 벚꽃이 아직 피어 있어 좋았는데 가지 마다 찢어져 있었다. 꽃을 피워 내느라 모든 에너지를 꽃에 다 쏟았는데 젖은 눈을 안고 있게 되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번 눈은 찰눈이어 유난히 무거웠을 것 같단다. 겨우내 부러지 않고 잘 버텨냈던 나무들이 퍽퍽 꺽인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곁에 같이 간 선생님이 벚나무가 세상 민감하기 그지없는 나무여서 찢어진 채로 방치하면 죽어버리고 마는 나무란다. 다행이 관리 하시는 분들이 찢어진 가지 들을 마무리하고 계셨다. 오늘은 만개한 꽃잎이 흩날리며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페에 갇혀 있느라 삼척의 산도 봄이 이렇게 이쁜 줄 잘 몰랐었다. 광주에 가다 보면 항상 예뻤는데 남도가 주는 아름다움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요즈음은 수업을 하러 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고속도로가 아닌 옛길로 오곤한다. 낮이 길어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충분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 마치 CD가 아닌 LP로 음악을 듣는 느낌이 든다. 복숭아꽃,개나리, 조팝나무,유채꽃등 만개한 꽃들이 황홀경에 빠져들게 만들어 준다. 누군가 챙겨 주지 않으면 나라도 나를 챙기며 걸어가야지 싶다. 나 스스로에게 ‘살짝 늦어져도 좋아!’라고 말해준다. 나름 운치를 살리며 서있는 나무들이며 낡은 집들이며 그 마을과 그곳에서만 보여 줄 수 있는 멋진 구경거리들을 감탄하며 바라보게 된다. 경치처럼 멀리서 보면 누구나의 삶은 아름답다고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엉뚱맞은 눈과 벚꽃이 그려내는 그림도 멋스러워 그 짧음을 아쉬워 하게 되는데 삶인 들 오죽하겠는가! 산골 마을을 다녀 오니 갑자기 바다가 보고파진다. 내일을 바닷가에 가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