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었다. 친한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코로나19 이후에는 간 적이 없어서 살짝 그립단다. 한증막에 들어갔는데 만일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면 난 그냥 나와 버렸을 것이다. ‘약간의 경쟁심이 발동하니 숨 막히는 한증막에서도 이렇게 오래 있게 되는구나!’ 싶어 나의 인간성이 엿보여 반성을 하게 되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으니 너무 추워 샤워만 열심히 할 뿐 시간을 내어 제대로 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천에 가려고 몇 번이나 시도를 했었지만 번번이 시간이 아까워 포기를 했었다.
때를 밀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함께 많이 왔었기에 엄마가 생각나는 공간이어서 남달랐던 순간이기도 했다. 종종 목욕하러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곳에서 산 36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생각났던 시간이기도 했다. 과거를 떠 올리는 것은 늙었다는 것을 방증한다던 김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되도록 나도 앞날을 생각하면 살리라고 마음을 다져보지만 불쑥불쑥 지나간 일들이 떠 오르곤 한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집에 왔더니 조금 일찍 집에 온 남편이 툭 던지는 한마디에 감사한 마음이 넘쳤다. 주님이 그의 마음을 만져 주시고 계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 오랜만에 한섬에 갔었다. 늘 나만의 뷰 포인트가 있다. 비록 나목들이 서 있었지만 봄이면 오래된 그 나무에서 얼마나 예쁜 꽃이 피는 것을 알기에 더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내게 있어 꽃핌은 언제였을까? 또 나의 열매는 있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지나간 생을 통해 아마도 피고 지고 그랬었으리라. 그러나 여전히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는 이유가 있음을 느끼는 감사한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