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23. 12. 19. 01:26

지난 주말에 너무 추워 작은 아이에게 가지 못했다. 은자 언니 말대로 부정적인 사람은 핑계를 찾고 긍정적인 시람은 방법을 찾는다는 말이 맞다.

그런데 친지의 부고로 서울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작은아이에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졸지에 내가 바빠졌다. 밑반찬을 만드느라 거의 밤을 꼬박 지새웠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에어 프라이어에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기들과 과일도 샀다. 포크커틀릿도 구워 먹으면 좋을 것 같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만들다가 무언가 부족하면 아무리 늦은 밤이라고 홈플이 가까워 얼른 사 올 수 있어 늘 감사하다.

오랜만에 만들어서 그런지 왜 이렇게 자신이 없는지 모르겠다. 딱 떨어지는 맛을 위해 단맛과 간을 더 해야 하는데 늘 망설여진다. 나는 음식을 할 때마다 건강과 맛 사이에서 늘 갈등을 하게 된다. 조금 싱거워도 다양한 맛의 양념들을 적당히 넣어 주면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채소반찬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숙제다.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만들어 간 것들을 다 먹었다고 하여 감사했다. 변비가 와서 걱정이란다. 환경이 바뀌어 긴장한 탓도 있을 것이다. 유산균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하니 채소 반찬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챙김을 받으며 살았었던 때랑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돈육 안심과 박등심으로 포크커틀릿을 만들었는데 튀겨서 먹어 보니 소스와  함께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 간이 맞아 다행이었다. 마늘이 많이 들어가도 생강이 많이 들어가도 맛에 대해서 만큼은 완벽하게 캐치해 내는 아이라 늘 조심스럽다.

큰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동생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남자들은 누군가의 채근이 없으면 그냥 대충 우유에 콘플레이크를 말아먹어도 만족스러워할 만한 종족이리라고 말해 막 웃었다.

밑반찬이라는 것이 이틀만 지나도 금방 만든 음식에 비하면 맛이 없어져 잘 만들지 않게 된다.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사람들은 냉장고에 몇 번 들락날락 하면 건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애쓰고 돈과 시간을 들여 잔뜩 만들어 놓아도 남는 음식이 되어버리니 가성비를 따지면 정말 아깝다.

밥을 잘 먹었는지 맛있었는지 물었더니 저녁은 집에 와서 먹었단다. 식해도 맛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육아 은총은 너무 길다”라고 말하면서 내려왔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행복하고 또 자녀가 있다는 것이 늘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자녀의 독립이 육아의 목표여서 스스로 서도록 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늘 마음이 쓰이는 존재들이기에 요청이 들어 온다면 최대한 도울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