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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묵가루 전
걸상
2023. 10. 15. 16:43
도토리 묵가루가 있어서 전을 만들었다. 여름 전에 미로에서 사 온 햇 우리밀가루와 섞어서 만들었다. 갑자스런 시도여서 전에 넣을 채소를 준비하지 못해 살짝 안타까웠지만 매력적이었다. 건강에 좋지 않아서 쓰던 코팅 팬을 다 버렸기에 전이 잘 부쳐질까 걱정이 되었었다. 칡가루 전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녹말가루여서 불길이 닿으니 생각보다 빨리 익었다. 쫀득하고 고소하며 왠지 건강에 좋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리브유와 들기름을 넣어 주었더니 향긋하며 더 맛있게 여겨졌다. 보통 묵을 만들 경우 떫은맛을 빼 주기 위해 물에 담가 두기 때문에 쓴맛이나 떫은맛이 심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는데 기우였다. 색감도 도토리묵과 같고 심연 깊숙한 곳까지 위로할 것만 같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사실 저녁밥이 어중간하게 남아서 전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도토리 묵전에 흠뻑 빠져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