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23. 8. 9. 09:36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는 일에 동행하는 일은 자녀 양육만큼이나 허송세월을 하는 느낌이 든다. 그 날에는 오롯이 집중하여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시간을 죽이는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무조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서 지루하다.

그래서 대부분 가족이 같이 온다. 부부이거나 아님 자녀나 부모가 함께 한다. 그런데 누가 봐도 같은 유전자로 이루어진 존재임이 드러나는 부녀나 모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걸음걸이, 웃는 모습, 몸매, 작은 제스처까지도 닮아 있어서 놀랍다.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기질도 닮아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의 모습이 상상될 정도로 가방을 들고 있거나 다리를 꼬는 것들이 비슷하여 나도 모르게 흥미롭게 관찰하게 된다.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지만 결국 숙명처럼 생의 마지막 시간까지 물려받은 유전자를 떠안고 살게 되는 것 같다.

남편이 안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안약을 넣을 때 내가 넣어 주었더니 그것을 본 사위가 “부부는 서로 안약을 넣어 주는 사이”라며 좋아했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집에 와 있을 때도 병원에 갔었는데 그날은 살짝 휴가를 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료가 끝나면 병원 1층에 있는 카페 베즐리에서 항상 커피를 마신다. 남편의 눈이 편안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서였는데 그 날의 우리만의 루틴이었다. 또 강릉고모네가  갈 때마다 맛있는 점심을 사주었기 때문이었다.

비문이 살짝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심해졌었다. 나이가 들어 언니들도 비문이 있다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나도 레이저시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 보였다. “내가 병원에 가야 하면 당신이 연가를 내고 같이 와 줄 수 있냐?”라고 물었더니 남편이 당연하단다. 나이가 드니 병원에 갈 일만 늘어나는 것 같다. 남편이 늘 다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이제 시작이라고 하셨단다. 함께 살며 늙어 가고 또 아프면 병원에 같이 가주고 나을 때까지 수발을 들어주는 것이 부부의 삶인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즈음이다.

몸이 아픈 것도 같은 유전자를 지닌 자매들끼리 닮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큰 언니도 비문이 심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다고 하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늙는 일에 초연하게 대처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다. 견딜 수 있을 만큼 불편하면 그대로 살아내자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또 병원에 갈수록 더 건강해지고 싶어지는 욕구가 커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