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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바닷가 걷기

걸상 2023. 6. 30. 18:52

모래와 바닷물이 만나는 곳을 걷기 시작했다. 매일 걷는 언니를 따라 나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걷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쉽지가 않다. 파도가 밀려와 물이 부서지며 음이온이 나와 몸에 좋다고 한다. 내 발이 닿는 모래와 발을 바닷물이 깨끗이 씻어 주는 느낌도 들어 시원하고 상쾌하다. 소독효과도 있는 것 같아 매력적이다. 처음 며칠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침을 꼭 먹고 운동하러 가야 했다. 경쾌하게 찰싹거리는 물소리도 좋다. 바닷물이 움직이니까 마치 살아 있는 느낌이다.  몸이 틀어져 있어 제대로 걸어 주어 몸의 발란스가 맞도록 교정을 해 주어 한다며 걷기를 가르치는 분을 소개해 주었다. 천천히 걸어도 좋으니 배와 허리에 힘을 주고 어깨를 자연스럽게 시선은 땅을 보지 말고 정면을  바라보면서 걸으라고 코치를 해 주셨다.

걸을 때마다 바다가 주는 정겨움이 지속적으로 걷고 싶어 지게 만든다. 매일 맞닥뜨리게 되는 대자연 앞에서 늘 겸허해진다. 또 한없이 작은 모습인 것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성실하게 걷기를 실천하게 된다. 공간이 주는 압도됨, 안온함, 익숙함이 좋다. 바닷가를 걷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없지만 빠져 들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TV에서 사막을 걷는 낙타가 사람이 탈 수 있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 나왔었다. 상다리를 접는 것처럼 또 기계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리를 정돈하여 앉는 것이 신기했었다. 모래를 하도 많이 걸어서 아마도 무릎을 감싸는 근육이 잘 발달하였기에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픈 무릎과 발목에 근육이 잘 붙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바닷물과 땅이 만나는 접점 위를 걷노라면 ‘지도를 그리며 걷고 있구나!’ 싶다. 해변가를 접한 도시에 살고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남편은 40분 정도를 걸었는데도 발바닥이 화끈 거려 좋단다. 맨발로 걷는 것이 발바닥에 자극이 되어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는 것 같아 정말 좋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하루는 바다가 마치 호수처럼 잔잔한 날이었다. 파도가 거의 없었다. 물도 따듯해서 바닷속으로 빠져 들고 싶어서 바다에 들어갔다. 걷고 난 후에 물에 들어갔더니 너무 시원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서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온몸 구석 구석이 바닷물로 소독되는 같은 느낌도 들어서 행복했다. 나는 늘 차에 큰 비닐과 깔개를 넣어 가지고 다녀서 언제라도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다니는 편이다. 깜깜한 밤이어서 편하게 들어 갈 수 있었다. 젖은 채로 집에 와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상쾌했다. 잠이 저절로 올 것만 같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