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고추전

청량 고추가 남아서 잘게 다져서 구운 소금과 우리밀을 넣고 고추전을 만들었다. 강풍경보로 인해 일찍 퇴근하여 온 남편에게 주었다. 혓바닥이 화닥거릴 정도로 맵다고 웃으면서도 얼마나 맛있어하는지 두 장을 한꺼번에 다 해치웠다. 열심히 만들어 준 보람을 느끼게 하니 감사하다. 고추전을 만들 때마다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풋고추의 연둣빛이 다 드러나도록 얇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 올리브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그렇다고 타지도 않아야 한다. 먹음직스러운 색감이 나게 노릇하게 구우려고 노력했다. 밥이 없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반찬을 정신없이 만들 다 보니 ”아차 밥이 없지! “ 하고 밥을 올려 두었다. 엄나무 나물을 데치고 달걀을 삶고 어머니께서 주신 부추양파 김치와 아침에 만든 우엉조림을 내놓았다. 고추전, 삶은 달걀, 밥 순으로 순차적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남편은 운동을 한다며 나갔다. 콩나물도 데친 다음 따로 무치지 않고 당신 스스로 젓가락으로 부추김치와 버무려 먹도록 내주는 편이다. 엄나무 순도 삶아서 그냥 꽉 짜 주면 나물 그대로의 맛으로 특별한 간을 하지 않아도 좋아한다. 그렇게만 싱겁게 먹어 주고 탄수화물양을 적당히 조절하면 성인병으로 인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늘 말해 주곤 한다.
요즈음 언니들이랑 통화를 하면서 제일 큰 화두는 역시 엄마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를 늘 공감하게 된다. 엄마가 좋아했었던 것들을 따라 좋아하게 되는 것이 함께 살았었던 경험치를 공유한 가족의 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