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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 삼겹살 불고기

걸상 2021. 10. 11. 12:11

“지금이 오징어가 가장 싸고 살이 두꺼워 맛있다”고 어머니께서 일부러 전화를 해 주셨다. 조금만 날씨가 추워져도 오징어가 얇아져 맛이 없어진단다. 주기상으로 볼때 아마도 지금이 가장 성장의 정점인 상태의 오징어여서 그런 것 같다.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남편이 지난 월요일에 새벽시장에 가서 스무 마리를 사왔다. 오징어가 얼마나 크고 탐스러운지 모른다. 남편은 깨끗이 씻어 두마리씩 크린백에 넣어 냉동고에 보관하는 것까지 해 주었다. 오늘 아침에는 목삼겹살과 함께 오삼불고기를 만들었다. 오늘까지 벌써 네번째다. 시간이 갈수록 멸치액젓의 간에 대한 감각과 오징어의 익힘정도를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간도 딱 적당하다. 오징어를 더 넣지 그랬냐?”며 작은 아이가 투덜거렸다. 집에 있는 채소들을(양배추,양파,건표고,풋고추,빻은 마늘) 먼저 볶아 두고 목삼겹살(마늘,생강가루,후주가루,정종)도 미리 구워 준비하여 두었다. 오징어는 칼집을 넣어 더 부드러운 질감이 생기도록 준비하였다. 오징어는 너무 일찍 미리 꺼내어 놓아 두지 않아도 반찬하기 전에만 꺼내 놓으면 다른 재료를 전처리하여 볶아 놓으면 그 동안 칼집 내기에 적당하게 살짝 살얼음정도로 녹아 있어 좋다. 볶은 채소와 고추장, 빻은 마늘, 목 삼겹살을 넣어 먼저 볶다가 오징어와 멸치액젓,고춧가루를 함께 넣어 오징어가 다 익기 전에 꺼내어 무쇠로 만든 두꺼운 팬의 여열로 오징어가 더 익기를 기다렸다가 파와 참기름 ,볶음참깨로 마무리를 하였다. “딱 이맛이다”라는 찬사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온 몸이 너무 아파서 무너질 것만 같았던 나의 힘듦도 다 사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코로나 2차 예방주사를 맞아 삼일 동안 앓아 누웠던 작은 아이가 맛있어 하여 감사했다. 이제 서서히 기운을 차릴 것 같아서다. 가족 안에 머물며 코로나19를 함께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힘든 시기일수록 가족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또 가족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왜 그렇게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 들게 되는 것처럼 먹어 보고 싶은 음식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한다. 사실 나는 옷도 사람도 새 옷보다 오랫동안 입었던 옷과 오랜 친구에 대한 애착이 큰 편이다. 누군가 안전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말해 주었었다.

영양사를 할 때는 늘 참신한 메뉴에 대한 갈망이 넘치곤 했었다. 내게 요리책이 너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전 이젠 하고 싶은 취미를 줄여야 하는 것처럼 먹고 싶었고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한 욕심을 접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리책에 나오는 음식을 언젠가는 해 볼 수 있겠지 싶어 늘 그 많은 책들을 끌어 않고 버리지 못했다. 최후의 순간에 가장 먹고 싶은 메뉴는 아마도 어릴적 부터 먹어 왔던 익숙한 음식들일 것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철따라 만들어 먹는, 또 만들기 쉽고 구하기 쉬운 음식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보람이 내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냉동고에 오래 넣어 두면 결국 맛이 없어지니 한 두달 안에 다 먹어야 하는데 오징어 덮밥을 먹고 싶다는 큰 아이가 언제나 와 줄런지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