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20. 9. 3. 23:24

오늘은 언니들과 남동생까지 모두 아버지와 통화를 할 수 있게 해드렸다. 정말 좋아하셨다. 이제 부터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아버지의 좋았던 모습만 기억할 수 있기를 늘 기도한다. 큰 언니에게 아버지가 수면제를 매일 복용을 하는데도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하니 “약을 끊어야 한다”고 하여 말씀을 드렸다.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그로 인한 부작용(치매 위험이 높아지고 인지장애가 생길 수 있음)으로 끊어야 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엄청 섭섭해 하셨다. 그런데 잘 때가 되어 잠약을 챙겨 주려 하니 싫으시단다. “잠약 없이도 잘 잤었는데” 하시면서 “오늘 부터 그냥 자볼란다” 하신다. 아마도 수면제는 요양원에 들어 가시면서 드시기 시작 한 것 같다. 수면제를 드시고 한 잠을 주무시고 나서 열시 쯤 늘 깨어 화장실에 가신다고 하니 큰 언니가 수면제에 취해 비틀 거리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걱정을 하였다.

다섯달이 다 되어 가니 아버지는 혼자있는 시간도 처음 보다 더 잘 견뎌 내시는 것 같아 보인다. 아마도 익숙함과 신뢰와 안정감이 쌓여져 그런 것 같다. 또 아버지의 기호를 맞추지 않고 건강을 위한 나름의 내 방식대로 간을 맞추어 음식을 드려도 이제 잘 드신다. 수면제에 대한 것도 내가 하자는 대로 수긍을 하고 스스로 노력을 하시니 참 감사하다.

아흔 다섯의 생을 살아 내느라 당신이 제일 힘드실 것이라 생각된다. 잘 보이지 않고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맘껏 식사도 제대로 못하니 당신 스스로 답답한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오늘은 남편이 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어머니께 가져다 드렸더니 어머니가 남편을 통해 자반 고등어를 보내 주셨다. 한 이십 분정도 물에 담구어 소금기를 빼고 구워 드렸는데 정말 잘 잡수셨다. 사실 작은 아이가 육류를 좋아해서 고기반찬을 늘 챙겨 드려도 잘 드시지 않아 참 많이 속상했다. 최근 엄마의 알부민 수치가 떨어진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식품으로 섭취해야만 수치가 잘 올라가기 때문에 단백질 식품을 꼭 드시라고 했더니 이제는 남기지 않으신다. 또 여름이어서 남긴 음식은 빨리 상해 다 버리니 아깝다고 하니 말귀를 알아 들으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우리 아버지 보고 더 똑똑해지고 예뻐졌다고 늘 말씀 하셨는데 최근에는 더 순해지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나의 마음과 애쓰는 것을 이제야 알고 느끼시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