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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걸상
2020. 9. 3. 23:24
다섯달이 다 되어 가니 아버지는 혼자있는 시간도 처음 보다 더 잘 견뎌 내시는 것 같아 보인다. 아마도 익숙함과 신뢰와 안정감이 쌓여져 그런 것 같다. 또 아버지의 기호를 맞추지 않고 건강을 위한 나름의 내 방식대로 간을 맞추어 음식을 드려도 이제 잘 드신다. 수면제에 대한 것도 내가 하자는 대로 수긍을 하고 스스로 노력을 하시니 참 감사하다.
아흔 다섯의 생을 살아 내느라 당신이 제일 힘드실 것이라 생각된다. 잘 보이지 않고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맘껏 식사도 제대로 못하니 당신 스스로 답답한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오늘은 남편이 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어머니께 가져다 드렸더니 어머니가 남편을 통해 자반 고등어를 보내 주셨다. 한 이십 분정도 물에 담구어 소금기를 빼고 구워 드렸는데 정말 잘 잡수셨다. 사실 작은 아이가 육류를 좋아해서 고기반찬을 늘 챙겨 드려도 잘 드시지 않아 참 많이 속상했다. 최근 엄마의 알부민 수치가 떨어진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식품으로 섭취해야만 수치가 잘 올라가기 때문에 단백질 식품을 꼭 드시라고 했더니 이제는 남기지 않으신다. 또 여름이어서 남긴 음식은 빨리 상해 다 버리니 아깝다고 하니 말귀를 알아 들으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우리 아버지 보고 더 똑똑해지고 예뻐졌다고 늘 말씀 하셨는데 최근에는 더 순해지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나의 마음과 애쓰는 것을 이제야 알고 느끼시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