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20. 8. 3. 15:20
아버지는 젊어서 부터 신경을 다쳐서 오른 손을 떠셨다. 연세가 들어 더 심해졌는데 밥을 드시고 나면 주변에 음식물이 많이 흘러져 있곤 했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가 민망할 정도여서 늘 집으로 모시고 갔었다. 가족들이 둘러 앉으면 괜찮다고 교회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었다. 내가 식사 당번이던 날이어서 배식도 도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일날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너무 깔끔하게 점심을 드셔서다. 작은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름의 사회생활 속에서 자기의 뜻을 굽히는 것처럼 아버지도 교회에서의 점심 시간이 당신 나름의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흔들림 없이 바짝 긴장하신 모습이 신기하여서 한참을 보게 되었다. 야구에서 직선으로 잘 던져진 공을 “빨래줄 송구”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그와 같았다. 임원 집사님께 이야기를 하니 당신도 나와 똑같은 모습을 보았단다. 내가 아버지가 손을 떤다고 이야기 한 것이 거짓말처럼 생각이 들 정도였던 것 같다. 아버지의 긴장이 고무적인 일이어서 언니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타인에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 참 감사했다. 박선생님의 남동생이 통증으로 인해 그렇게 고통스러운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소변을 보는 것조차 스스로 해결을 하려고 애를 쓰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언제 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스스로 밥을 잡수시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가셨던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을 절제 하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겁지겁 밥을 드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으신 것 같아 감사했다. 오늘 저녁에는 아버지가 젓가락을 사용하며 밥을 잡수셨다. 물론 조금 후 다시 숟가락을 사용하셨는데 당신 스스로 노력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에게 관계 된 것을 절제하며 잘 관리 하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