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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손가락

걸상 2020. 7. 9. 00:27

손을 또 베이고 데었다. 꾹 눌러 닫는 설탕 봉지를 뜯지 못할 정도로 양손 엄지가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말이다. 염색을 하고 살짝 늦었다고 생각한 시점에 집에 와서 정신 없이 잘게 다진 두부를 구워 달걀과 볶다가 기름에 달궈진 달걀 조각이 내 손에 붙었는데 밤에 되니 수포가 생겼다. 수업에서 양파를 다듬다가 엄지 안쪽을 베었다. 익숙한 과도가 아니어서 껍질을 까는데 세기 조절을 잘못하였다. 두번째 같은 칼에 베인 셈이다.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엄지가 얼마나 중요한 손가락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밥을 주다가 두번이나 테이블에 국을 쏟았다. 엄지는 피아노를 칠때도 속도와 세기를 조절한다. 또 물건을 집을 때 받쳐 주는 중심이 되는 손가락이다. 잘 대접을 해 주어야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가락이라 잘 다치기도 한다.

나는 양손 엄지손가락 손마디에 처음으로 류마티스형 관절염이 생겼다. 차츰 다른 손가락에도 생기게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내가 엄지가 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 났다는 것을 작은 아이를 보고 알게 되었다. 작은 아이가 간난 아이때 엄지를 늘 다른 손가락안으로 집어 넣어 주먹을 쥐고 있었고 잘 펴지 못해 어머니가 무척 걱정을 했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 난 것 같으니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라고 권해 주셨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선천적으로 엄지 손가락이 약한 아이인데 나의 유전자 덕분임을 깨달았다. 작은 아이도 엄지 관절이 빠진채로 굳어 있는 손이 있다. 겁이 많아 아파도 말해 주지 않아 고착된 것이다. 아이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고 뭘 그리 바쁘게 살았나 싶어지곤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늘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큰 아이도 타자를 많이 쳐서 그런지 손가락이 늘 아프단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아버지와 너무나 똑같은 내 모습에 깜짝 깜짝 놀랄때가 많다. 유전자의 놀라움을 늘 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