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시계와 나무소파
걸상
2020. 6. 29. 22:04
늘 시간을 체크 하시는 것은 아마도 요양원에서의 육개월 동안 계시면서 생기신 버릇인 것 같다. 날마다 깨어서 당신 스스로를 채근 하신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는 것 같이 살아가는 다른 노인의 삶의 형태를 따르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 조류에 떠 밀리듯이 살아가고 싶지 않아 늘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를 관찰하다 보면 “세월을 아끼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아버지의 삶이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에 우리 가족들은 늘 관찰하게 된다. 살아 있는 인간 화석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이 늘 내게 도전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동생네가 와서 나무 장의자를 마당으로 옮겨 놓았는데 아버지가 너무 안타까워 하셔서 오늘 심권사님과 작은 아이와 함께 다시 마루에 들여 놓았다. 작은 아이가 아래 층에 내려와 보면 할아버지가 가장 많이 앉아 있는 곳이 나무 소파란다. 아버지가 정말 사랑하는 의자라서 꼭 들여 놓아야 한단다. “할아버지 점심 잡수셨어요?” 라고 물으면서 아이가 이층에서 내려오니 “애가 배고프니 상은 그만 닦고 빨리 밥을 차려 주라”고 잔소리를 하신다. 가족과 살고 싶으셨던 소원을 이루어 드렸으니 아버지의 잔소리도 다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 남편과 아이는 자신들을 염려하고 챙기는 나를 향한 아버지의 잔소리를 정말 좋아해서 탈이다. 친정 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내게 쉽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