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20. 4. 24. 10:04

아버지께서 오시니 아버지의 식사 시간에 맞추느라 벌떡 일어나서 밥을 챙기곤 했었다. 퇴근 하면 늘 재빨리 쉴 준비를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더 많이 움직이고 거실에 늦게 까지 머물게 되었다. 저질 체력이어 온 몸이 아팠다. 서로 밥시간이 달라서 온종일 밥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삶의 루틴이 다 바뀌면서 첫번째 주간에는 남편이 생애 처음으로 변비가 생기기도 했었다. 반짝 고생으로 끝나 몰입해서 빨리 치루어야 하는 손님이 아니라 장기간 같이 살아야 한다. 앞뒤 생각 없이 생애 마지막 시점의 아버지가 어느 누구에게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지 않게 하고 싶은 열망으로 모셔 왔는데 내가 아버지를 그렇게 대하고 있어서 너무 힘들었었다. 작은 아이가 이십년 만에 엄마가 그렇게 화난 모습을 처음 보았단다. 인간성 상실의 모습이었단다. 식도에 다시마가 걸려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와 응급실에 갔다가 결국 이튿날 이비인후과에 가서 빼 낼 수 있었다. 엄마 아빠가 불효를 했다는 말을 작은 아이에게 말하며 반성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도 몸도 다 어그러질 정도로 온가족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느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힘듦을 오롯이 우리 가족들이 함께 겪어야만 하였기에 정말 미안하기도 했다. 아버지도 역시 마찬가지리라. 덕분에 차츰 체력도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남편과 나는 내 삶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여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다. 아버지는 어릴 적에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와 버팀목 이셨다. 퇴직하고 아주 사소한 일도 곁에 있는 내게 하도 의지하려고 하시어 자력 갱생을 해야 한다고 늘 말했었다. 이제는 우리가 아버지께 그 울타리가 되어야함을 매일 나 스스로에게 각인한다. 아버지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실 하나님의 시선을 늘 잊지 않아야함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