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젊었을 때처럼 “에헴”하는 자세로 내가 밥을 차려 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나는 힘들어도 일처럼 느끼면서 밥을 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생각을 바꾸어 주었다. 건강을 위해 밥을 같이 맛있게 만들어 먹자고 말이다. 설겆이도 하고 야채를 씻고 데치고 밥솥에 쌀을 씻어 밥을 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이 끼어들어 같이 하기 시작했다. 어제도 영동고속도로의 삼척으로 꺽어지는 강릉junction을 빠져 나오고 있는데 남편은 “어디냐?” 며 연락을 해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밥을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콩나물만 삶으면 먹을 수 있게 밥상도 다 차려 놓았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상황에 따라 변해와 준 남편이 정말 존경스럽고 고마웠다. 함께 부엌에서 움직여 주니 밥을 하는 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고 새로운 힘을 얻어 일하게 만들어 주었다. 최근에 가스렌지도 새로 샀고, 후드도 스텐으로 구입하여 직접 달아 주었다. 부엌의 환경을 더 멋지게 바꾸어 준 것도 고맙다. 평생 해 온일이기에 대충 대충 요리 하는 편인 나에 비해 남편은 당신의 머리속에 입력하여 직장에서 근무 하듯이 조리법을 익히고 양념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고무적이어서 놀랄때가 많다. 표고버섯을 당신이 직접 말려 늘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해 두었고 다시마도 먹기 좋게 자르는 일은 이젠 당신의 차지가 되었다. 남편은 요리라는 신세계에 진입한 것을 스스로 기특해 하고 있어 감사하다. 이탈리아의 오징어 순대집을 시청하면서 너무 재미 있어 하여 곁에서 지켜 보는 내가 신기 할 정도였다. 아무리 바빠도 요령을 피우지 않고 정석대로 남자들이 요리하면서 헤메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당신이 할 줄 아는 요리가 하나 둘씩 늘어 나는 것을 즐거워하니 나로서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지상에서 사는 것을 소풍으로 표현했는데 나의 소풍은 부엌 일에 기꺼이 끼어 들어 준 남편으로 인해 행복했었노라고 고백하고 싶어 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