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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연주회

걸상 2019. 11. 10. 09:47

 

 

 

 

드디어 조성진의 연주회에 왔다. 올라가는 길이 익숙한 길이었다. 작은 아이가 재수할때 매주마다 올라다녀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를 생각하니 주님께서 나의 모든 고생을 단풍잎들처럼 아름답게 덮어 주셨음이 감사했다. 인천 터미널에 내가 먼저 도착했어서 영풍문고에 가서 큰 아이를 기다렸다. 작가 유시민님이 유럽도시에 대해 쓴 책을 읽었는데 재미가 있었다. 첫번째 도시가 내가 가 본 아테네여서 관심이 더 갔던 것 같다.

 

아이를 만나 택시를 타고 아트센터 인천으로 갔다. 다섯시가 조금 지났었는데 건물이 불타 오르고 있었다. 서해안의 노을때문이었다. 택시 기사님이 “빨리 내려서 뛰어가 보세요!” 하였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벌써 부터 감동의 도가니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다. 간혹 떠오르는 비행기와 함께여서 더욱 그랬었다. 사람이 중독성이 있어서 그런지 조성진의 공연을 두번째 보는 것이어서 더 열광하는 마음이 생겼다. 큰 아이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지난번 보다 훨씬 더 커져 신기했다. 아무래도 감동을 받으려고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마음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집에서도 종종 들었지만 가는 내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1번을 들으면서 갔다. 좋은 평가를 받은 다른 연주자의 연주였다. 조성진은 어떻게 해석을 할지 참 궁금했다. 그러나 젊은 남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다르게 해석을 하고 있었다. 덤벙거리거나 오버하지 않고 굉장히 차분하고 야무지게 연주를 하였다. 따글따글하게 연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춤을 추는 것에 비유하면 어깨를 높이 올라가지 않게 하고 차분하게 감정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치 지디의 춤 같다고나 할까? 파워 있으면서도 세련된 춤선이 다 살아나 있고 잘 정리되어진 느낌이 드는 것 같은 그런 춤 말이다. 지난번보다 더 성숙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번에 문제가 되었던 민폐 관객이 없었던 것이 참 좋았다. 박수를 언제 칠지를 서로 배려를 하였다. 나처럼 모두 고민하고 공부하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휘자의 팔이 내려 가기전에 박수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관객도 동참자로서 한 덩어리가 되어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참 힘들게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드보작의 신세계로 부터도 참 좋았었다. 세갱의 지휘가 정말 숨쉬기가 힘들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강약을 조화롭게 조절하는 것을 다 드러내 주는 몸짓을 보고 우리 큰 아이는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여 몸을 만든 것 같다며 아빠에게 운동을 열심하라고 하여 함께 막 웃었었다.

 

지난번에는 합창석에 앉았어서 지휘자의 얼굴을 보여서 행복했었는데 이번에는 지휘자의 등쪽에 앉았었다.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실루엣만 드러나는 그의 몸놀림속에서 표정을 짐작하면서 관람하는 것도 좋았었다. 동영상에서는 피아니스트의 모습만 보여 주었는데 함께 오케스트라와 또 지휘자와 교감을 나누며 협연하는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멋스러웠고 행복했다. 미국사람들 특유의 자유로움과 예의있는 태도와 배려와 정감이 느껴지는 진행이었던 것 같았다. 익숙한 멜로디여서 부담없이 들을 수 있었고 그 당시 신세계였던 미국사람들의 연주여서 더 인상적이었다. 드보르작이 미국에서 작곡한 곡이라는 해설을 읽었어서다. 놀랍게도 앵콜 곡들이 다 좋았다. 조성진의 브람스의 인터메조도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조금전에 본 노을과 겹쳐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서정적이고 흡인력이 있어 우리를 촘촘하게 하나로 모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앵콜곡을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눈을 감고 들었는데 울컥하여 눈물이 날 정도였다. 내 생애 언제 또 이런시간이 오겠나 싶었다. 실연이었기에 아름다움이 더 극대화되어 복잡한 감정 덩어리속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힘든 수업을 마치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여 내려 올때면 몸도 마음도 너덜 너덜해진 내가 나이스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어 행복해 했었다. 그러나 실제공연 속에 머물러 있으니 더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감사,감동, 찬란함,일체감,외로움,절제,부드러움,힘참,조화로움,밝음,아름다움,정리됨...이 모든 것이 집결 된 장소(신세계)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 듯한 감흥이 일어났다. 사실 베를린 필하모니때가 더 절제된 느낌의 연주였었다. 준비하고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줄때는 불안했었는데 갈수록 참 친근하게 느껴졌고 정말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강약조절의 귀재들이었다. 독주자인 조성진의 앵콜때 지휘자가 피아노 바로 옆의자에 앉아 같이 감상할때 정말 멋있었다. 모든 단원들을 무리 별로 세워서 박수를 받을 수 있게 해 준 것도 참 좋았다. 큰 아이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세갱이 SNS에 관객의 매너가 좋았고 젊은이들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하는 모습도 잘 보였고 소리도 좋았었던 위치여서 좋았다. 공연장도 지난번 서울때 보다 작았어서 나에게는 아늑하고 더 좋았었던 것 같다. 노을이 퍼지는 시간대였던 것도 최고였고 함께 최고의 협연으로 정말 위로가 넘치는 순간이었다. 매주마다 드려지는 예배에 대한 나의 마음을 헤아리며 점검해 보게 만들고 또 반성하게 하는 연주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