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티
지난 주 수업시간에 밀크티를 같이 만들어 마셨었다. 오늘 갑자기 그 쌉쌀하고 달콤하고 특유의 향긋함이 그리웠다. 나만을 위해 만들었는데 얼마나 맛있고 기분이 좋은지 정말 행복했다.
여러개의 수업 중에 유난히 힘든 수업이 있다. 도계수업이 그랬었다. 같은 거리 같은데도 도계로 가는 길은 운전하는 것이 늘 긴장감을 갖게 한다. 어떤 어려운 일이 생길지 잘 몰라서다. 큰 트럭도 많고 도중에 외길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운전하여 가다 보면 심장이 쫄깃해 지는 순간들이 늘 생기곤 한다. 그날은 느긋함이 더해져서 그런지 단풍이 들어 가고 있는 산과 가로수를 바라보며 가는 길이 참 기분이 좋았었다. 가을 여행을 하는 것 같이 참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 갔었던 것 같다. 시간이 많아 수업전에 고모도 만났었다. 이제 거의 일년이 다 되어 가니 친해져서 아이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지난 주는 학교를 중학생들에게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다. 일학년은 그 일을 도와 주기 위해 빠져 나갔고 삼학년은 취업과 대입을 준비하느라 오지 않았다. 이학년 두명의 남자 아이들과의 수업을 하였다. 드립하여 커피를 내리는데 얼마나 잘 하는지 감동적이었다. 커피도 좋아하여서 참 신기하였다. 내가 해설해 주는 커피 맛을 거의 다 찾아 내어 맛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었다. 커피는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드러내 주고 느끼게 해주는 커피를 바디감이 크다고 말한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었다. 다른 학년은 모두 여자아이들이어서 늘 여자 아이들에게 밀리는 편이었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있구나 싶었다. 역시 남자 아이들이 갖는 의리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순간이어서 기뻤다. 드립커피와 말차,밀크티와 황차를 다 맛보여 주었다. 하나 하나 설명해 주고 맛보게 하였는데 커피외에는 다 처음 마셔 보았단다. 나중에 틈틈히 일학년 아이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올라와서 바게트빵과 말차를 맛보고 가주어 감사했다. 말차도 가루로 된 녹차가 너무 써서 거품을 내어 마시는 것이다. <거품을 내는 것을 격불을 낸다>고 말하며 라떼나 맥주 거품같이 말차를 더 잘 마실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해 주었다. 지난번 한송정에 갔었을 때 들은 말차를 만들어 선풍기에 날렸을 때 벽에 가서 붙어 있는 정도의 크기가 될때 까지 가루를 낸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백차도 마시게 해주었고 밀크티에 대해서도 또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차를 짜이차라고도 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지난 번에는 일학년 여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중에는 장학센터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였을때 육학년이었던 친구가 있다.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늘 웃곤 한다. 인생 중 가장 아름다운 나이가 열일곱이라고 말해 주었더니 믿어 지지가 않는단다. 지나 놓고 보니 그때가 가장 순수함의 결정체였다고 말해 주었다. 누구나 매 순간 순간마다 참 소중한데 그때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아깝게 흘려 보내버리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를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었었다. 아마도 먼 훗날 오늘을 돌이켜 본다면 그냥 흘러 보내며 살아버린 오늘의 나를 안타까워 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일로 속상하여 툴툴 거려도 내가 친해져서 자신을 드러내는구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