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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긴장하게 하는 아들

걸상 2019. 2. 9. 19:29

 

아침과 저녁을 똑 같은 메뉴로 밥상을 차렸다. 아침에 작은 아이가 씹기에 너무 딱딱하다고 툴툴거렸다. 실은 문어 두루치기를 만드는데 남편이 골뱅이도 두루치기로 해달라고 하여 골뱅이를 꺼내 같이 넣어주느라 시간이 실짝 오버된 것을 기가 막히게 잡아 낸 것이다. 쇠고기도 약불에서 여러번 뒤집었는데 그것도 기가 막히게 잘도 잡아 냈다. 남긴 고기와 문어를 나 혼자 먹어야만 했다. 아이가 저녁때 배고프다고 온다고 하여 두번 실수를 하지 않고 싶어 문어와 골뱅이를 깨끗이 씻고 김치를 충분히 볶은 후 확 한번만 볶았다. 그리고 팬의 잔열로 인해 자칫 딱딱해질까 걱정이 되어 금방 접시에 옮겨 주었다. 쇠고기도 피가 철철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살짝 구워주었더니 맛있다고 완벽하다고 난리다. 고기도 금방 팬에서 꺼내어 접시에 옮겨 준 것도 물론이다. 아이의 정확한 입맛과 솔직함이 나를 늘 긴장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을 늘 별종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고생하다 집에 왔으면 대충 넘어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비가 없다. 맛없으면 안먹어버리니 정말 기가 막힌다. 먹게 하려고 하니 신경써서 요리를 해 줄 수 밖에 없다. 최고의 것을 만들어 주면 시간이 갈수록 최고치와 기대치가 더 높아져 가는 것만 같다. 동일재료 일때 최고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