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19. 2. 9. 18:57

 

 

 

친한 선생님께서 불술만드는 곳에 가셨다가 다식을 몇개 챙겨 오셨다. 요리와 연관되어 사는 내게 보여 주고 싶으셨단다. 정말 여름 한복 같은 파스텔 톤의 색감과 깨끼 한복을 정갈하게 바느질 한 것 같은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맛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감동 그자체였다.생강 편을 썰어 정과를 만들고 얇게 져며 꽂이에 사철나무 잎파리와 함께 꽂고 조린 당근으로 모양을 낸 솜씨가 정말 놀라웠다. 낑깡도 꽃모양을 살려 만든 것도 멋스러웠고 도라지 정과도 호박씨와 대추로 장식하여 만들었다. 만든 이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난 것들이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존경스러웠다. 송편처럼 만든 것은 무였고 속에는 잣이 들어가 있었다. 무를 쫀득한 질감이 나도록 만들었는데 달지 않아서 내겐 더 매력적이었다. 강호에 숨은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깨달았다. 고수를 만나야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초라한지 깨닫게 되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레전드를 만나보지 않으면 자기 안에서 안주하려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최고인 줄 늘 착각하고 살게 되는 것 같다. 가라앉지 않으려면 날개짓을 하여 날개쳐 올라가야 함을 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많이 먹어 보아야 하는 것 같다. 내게 맛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