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저절로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든다. 지는 해를 마주보며 가고 있다. 언니들이 기다려 주시니 더 간절하게 보고 싶어진다.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카메라의 성능에 또 감격한다.
남편이 졸립다고 하여 오는 길에 내가 운전을 하였다. 권력이 바뀌는 순간이 오니 남편이 수다스러워지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들려서 가자며 졸라댔다. 또 운전하는데 주변을 정리한다고 부스럭거리고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나는 목표지향이 되어버려 다 무시하고 와 버렸다. 집중하느라 말 수도 없어지게 되었다. 책임감이 따르는 운전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한번 잡은 운전대를 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권력이동이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 났는지 그리고 되찾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남편은 난감했을 것이다.
돌아 올때도 새벽에 출발하여 뜨는 해를 안고 운전하여 왔다. 광대 고속도로는 동서를 가로 질러 가는 도로여서 우리가 가게 되는 시간대는 늘 해를 안고 운전하게 된다. 사실 이십사 시간 동안 왕복 거의 열네시간을 운전하였으니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게 된다. 단연 친정 부모님께서 아프시고 연로하시니 우리들의 가장 큰 화두는 부모님이시다. 또 같이 산 세월동안 있었던 일들을 새삼 꺼내어 이야기를 하곤한다. 큰 아이가 같이 갈 수 없어 급하게 오느라 시집과 친정에 짧은 순간에 사라졌어서 몹쓸 짓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만 넘쳤던 추석이었다.
어제도 다도 모임에서 “언제가 인생 중 마음이 가장 편안하시냐?”고 여쭈니 다들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후!”라고들 하셨다. 학자들은 57세 라고하였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나는 일년 남았으니 그 언저리쯤에 있는 것 같다. 노을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지금 현재가 가장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임을 깨달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