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윗대
머윗대를 따러 갔었다. 노 할머니께서 이맘때쯤이면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데 굵은 머윗대를 따오시곤 했었다. 늘 궁금했었는데 깊은 산 속에 머위밭이 있을 줄이야! 서늘하고 독특한 머위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냄새만 맡아도 건강해 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굵을수록 땅쪽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머위를 베고 있는데 노할머니 생각이 났다. 이삼일씩 당신이 살던 곳에 가셔서 머윗대을 따오시곤 했었다. 청초가 나는 계절이 되면 바다에 가셔서 청초를 따와서 묵을 만들곤 하셨었다. 속이 안으좋시다면서 익모초도 따오곤 하셨는데 당신의 몸에 대한 염려도 있으셨지만 아마도 당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었던 것 같다. 산을 올라갈땐 힘들었지만 머위를 보니 내려 오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할머니께서 따오신 머위를 마당에서 삶으셨고 할머니께서는 껍질을 벗기시곤 했었다. 그 때는 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넉넉히 건강하셨던 순간이었음을 다 지나간 이제야 깨닫는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음식임에도 재료의 채취부터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공정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었다. 내가 고기도 아니고 탁월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직접 머윗대를 잘라 오게 될 줄이야! 두분은 나물을 채취하고 삶고 하는 일에는 의기투합이 되셔서 일하시곤했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면서 같이 마음을 맞추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지만 가족이 그렇게 중심축이 자녀세대로 옮겨지면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식이 그렇게 흘러서 내려 오고 새것을 또 받아들이고 세대를 지나면서 자리 잡아 내려 와 문화의 또 다른 축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머윗대는 공을 들였지만 많은 로스로 막상 먹게 되는 양은 참 적어서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같이 가신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귀한 줄도 모르면서 어릴적에 부모님과 잡수셨던 많은 토종음식들로 인해 몸이 건강해진 것 같으시단다.
나는 약속을 해 놓았는데 그동안 운동을 너무 하지 않아 자신이 없어 잠이 오지 않을 정도 였다. 남편이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 같이 갔었다.어머니께 삶아 달라고 가져 갔더니 어머니께서 사서 다듬어 놓으신 것을 반찬 해먹으라고 주셨다. 수요예배에 오신 어머니께서 우리가 가져간 머윗대가 “삶아 보니 살이 깊고 부드러워 맛있다”고 하셨다. 벌써 다 삶아 껍질도 벗겨놓았고 먹기 좋게 길이로 가늘게 찢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재빠르게 할머니께서 가져오신 것들을 삶으셨었던 그 열정은 여전하시구나!’ 싶었다.
남편은 0칼로리 식품이라고 미역만큼이나 좋아하는 반찬이 머위볶음이나 무침이다. 들깨가루에 볶는 것 보다는 그대로의 맛으로 볶는 것을 좋아한다. 냄새부터 서늘한 것이 시원하고 상큼하여 끌린다. 실상 아무 맛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제철이면 꼭 먹고 가지 않으면 섭섭한 음식이다. 글을 쓰고 있는데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식도암이 걸리신 친한 분의 시어머니께서 음식을 삼키시지 못하게 되셨었다. 장을 뚫어 음식을 넣어 주었었는데 머위즙을 같이 넣어 드렸더란다. 두달 사형선고를 받으신 분이 일년을 더 사셨었기에 우리 가족에게는 항암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가 아님에도 밥상위에 반찬이 올라오면 아이들에게 꼭 먹어주라고 말하곤 한다. 윗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 몸의 염증이 다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