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잠이 안와 수면제를 잡숫고 잠이 올때까지 거실소파에 앉아 계시다가 잠이 와서 침대로 들어가시다가 넘어지신 것 같단다.
언제 어떻게 넘어졌는지 기억도 없으시단다.
구순연세에 엄마가 어깨와 팔이 연결된 부위에 뼈가 부러지셨다.
얼마나 아팠으면 생똥으로 온몸과 방이 범벅이 되어 있더란다.
감사하게도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을 하셨음에도 거뜬하게 깨어나셨다.
엄마의 바로 앞에 수술한 할머니는 팔십한살이심에도 깨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들어 가셨다고 한다.
병원에 와서 뵈니 기본적인 체력이 얼마나 좋으신지 느껴질 정도다.
엄마의 다리가 부러지셨을때도, 아버지의 전립선 수술을 하셨을때도 늘 둘째 언니는 중요한 순간에 와 주셨었다.
언니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했었을지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두 언니가 얼마나 고생이 심했는지 큰 언니는 입원첫날 잠 한숨도 못자고 링거 투혼으로 간호를 하였고 이튿날 부터 온 작은 언니는 잠이 부족하여 수술실 앞의 환자 대기실에서 코콜며 잘 정도로 정신이 없었단다.
내가 왔을때는 중요하고 힘든 일이 다 끝난 상태였다.
간병인이 있는 병실로 옮겨진 상황이었도 또 개인 간병인을 두고 있었다.
나는 문안을 하기만 하면 되었다.
언니들이 이 도시를 떠나 있게 되어 그 불안함을 나는 곁에 존재함으로 채워드리기만 하면 되었다.
지난 번 엄마가 급성신부염전이 생기셨을때는 아버지를 위한 요양사님이 없어서 아버지의 식사문제가 어려웠어서 언니들이 무척 힘들었었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담당하는 요양사님이 계셔서 훨씬 나은 상황이어 감사하다.
일요일에는 요양사님이 오시지 않는 날이어서 늘 걱정이 되어 언니는 우리 동생들이 주말에 오기를 늘 기대하곤 한다.
엄마 아버지가 한번의 주일이라도 편하시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엄마 없이 혼자 계시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고 하신다.
오래 사는 것이 더 이상 복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었다.
그럼에도 와서 뵈니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것이 내겐 큰 복이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큰 언니가 수면제를 드시면 침대로 가서 잠을 기다려야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누누히 설명을 해 드렸었단다.
아버지께서 수면제를 드시지 않으신지 오일째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결국 언니가 와서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모든 수면제를 다 압수하였다.
사람은 실제로 경험을 해야만 깨우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한번도 수면제를 먹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