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 공연
큰 아이가 예매를 해줘서 함께 갔었다.
얼마나 감명깊었는지 모른다.
내 생애 이런 날이 또 올까 싶었다.
합창석이어서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가까이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지휘자의 얼굴을 다 읽을 수 있어 또 행복했다.
특별히 조성진의 협연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조성진의 얼굴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뒷쪽이어서 피아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미리 연주할 곡을 들어 갔었음에도 정말 신비한 체험이었다.
첫곡을 시작할때의 그힘참과 앵콜 곡의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2번)아름다움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긴장하여 등받이에 몸을 기대지 못하는 연주자들의 긴장감이 다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세계 최고의 실력자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축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나도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조성진의 연주시간에는 내 손에서도 땀이 날 정도였다.
테니스나 야구,축구 관람을 할때면 늘 남편손에서 땀이 난다고 늘 흉을 보았었다.
2악장이 들어 갈때에 조성진이 늦게 들어가서 정말 내 아이가 연주하는 것 같은 심정이 되어 버렸다.
서로 바라보며 지휘자와 악장의 <저아이 왜 저래?>라고 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올라 온 후기들을 보니 소음이 들려서일 것이라는 우리 잠작이 맞았었다.
어떤 여인이 일악장을 녹음하고 그것을 틀었었기에 기다려주느라고 시작이 늦어졌단다.
민폐 관객이 우리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실황 연주를 미리 듣고 갔는데 그녀의 연주도 오케스트라에 묻힌 느낌이었는데 우린 뒷쪽이어서 피아노 커버에 막혀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마이크를 피아노쪽에 더 두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생겨날 정도로 안타까웠다.
연주안내 책자를 구입하였는데 조성진 씨디를 사면 조성진 달력도 준다하여 씨디도 함께 구입하였다.
이날을 위해 잘 볼 심산에 안경도 새로 맞추었는데 음식하다가 음식물이 튈까봐 정말 오래된 안경을 썼는데 급한 마음에 바꿔끼지 못하고 와버려 속상했다.
연주가 끝난 후 여운을 느낄 틈도 주지 않고 너무 빨리 박수를 친 민폐관객에 대한 원성이 얼마나 컸는지를 큰 아이가 관람 후기를 읽고 알려주었다.
곡을 완전히 알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려는 <안다 받수>를 친사람 덕분에 분위기를 깼다.
TV토크쇼에서 70년대 코미디 방송처럼 지나치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패널이나 관객들이 있으면 민망해서 채널을 돌리게 되곤 했었다.
웃음과 공감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다.
천천히 박수를 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