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만남
아이를 만날 생각으로 집을 떠나 오는데 버스에서 별 생각이 다 났다.
이틀동안 두통이 심했다.
고질적인 편두통 뿐만 아니라 어지러움까지 더해져 힘들었다.
대관령을 지나 올 때 귀에서 빠싹 소리가 났다.
'이럴때면 내가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구나!'싶어진다.
엄마네가 당신의 살던 동해를 떠나실때가 84세이셨었다.
나처럼 짧은 여행이 아닌 살던 동네를 완전하게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며칠정도만 떠나 있는 것도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데 그 연세에 삶의 터전이었던 곳을 떠나시다니....
아마도 아들 곁에 살고 싶었던 단순한 마음뿐이었리라 짐작된다.
나처럼 이사를 많이 다닌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살았었다.
내가 다닌 학교를 계산해 보면 대략 생각나는 정도만 열한개 정도다.
내가 살았었던 동네를 따져보면 또 그 정도다.
막내딸이어서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었다.
서울에서 우리가 자취한 동네까지 계산해 보면 더 될 것이다.
삶을 reset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두려운지도 잘 모른 상태에서 그냥 따라 다녔었다.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야만 했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그렇게 살아 온 것 같다.
그래서 안정감을 찾으려고 애를 쓴 것 같다.
나이가 드니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보다는 더 친한 사람들과만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친절한 사람이 좋다.
애증의 계곡을 더 이상 헤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들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다.
그래서 오랜친구가 좋구나!
가족이 귀하구나!
형제가 좋고,부모자녀 됨이 좋고,부부됨이 귀하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