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오늘 저녁메뉴

걸상 2010. 4. 8. 19:22

쑥버무리,호박고구마,고구마 곁에 찐달걀,김치,토마토,바나나,작은 또띠아3장,포크커틀릿(40g)두조각,치즈스틱4개,참깨소스 .

 

남편이 배고프다며 먼저 들어왔다.

오늘은 야간수업에 야간 자율학습감독까지 해야 한단다.

낮동안도 신문이 곁에 있었지만 들추어볼 시간이 없었단다.

삼일동안 출장을 다녀왔으니 업무도 밀리고 교재연구도 해야했어서 정신이 없었단다.

 

찹쌀가루에 소금을 살짝 뿌려 쪄두었던 쑥버무리를 먼저 젓가락과 내놓았다.

별미라며 쌉쌀하고 친근한 쑥 향기에 기분이 좋아져 버린다.

삶아놓은 고구마와 달걀,김치를 주었다.

남편의 저녁은 조금 있다가 토마토나 바나나중 원하는 것을 주면 끝이다.

 

또띠아를 미리 녹혀 살짝 구워두었다.

머리를 식힐겸 컴퓨터 앞에 앉기를 원하는 작은 아이를 위해 간편식을 준비하곤 한다.

포크커틀릿도 스틱모양으로 자르고 또띠아에 돈까스,치즈스틱,길게 잘라 둔 토마토와 소스를 올려 감아주면 손으로 잡고 먹는다.

작은 아이의 눈과 마음은 요즈음 푹 빠져 있는 드럼에 대한 검색으로 늘 분주하다.

두번째 것은 길게 썰은 달걀도 고구마도 살짝 감추어 넣어준다.

치즈스틱이 싫다고 하여 달걀노른자도 싫어할 것 같아 노른자도 빼버리고 새롭게 정리하여 만든

또 다른 또띠아를 건네준다.

한번은 바나나도 넣어준다.

마지막에 또띠아가 다 떨어져 넓게 썰린 토마토위에 포크커틀릿을 올려 소스를 살짝 발라준다.

또띠아를 반씩 잘라 퉁퉁하게 여섯개정도를 먹으면 단백질,탄수화물과 과일 모두가 해결된 충분한 영양분을 함유한 한끼식사로 충분하다.

"벌써 30분이 다 되어가네  빨리 가서 드럼 연습해라' 하고 등을 떠밀어 보낸다.

"요즘EBS 에서 하는 평생학습에 대한 강의를 듣는데 쉴때는 원하는 것을 해주면 머리가 맑아져 어려운 문제를 더 잘 풀 수있다고 하더라" 

남편도 더 있다가 가도 되는데 아이를 따라 나선다.

이젠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어가는 것인지....   

큰 아이도 석식을 신청해 놓고서도 콧바람을 쐬어 주어야 한다는 명목 아래 늘 집에 와서 밥을 먹었었다.

 

아이가 하루 종일지내야만 하는 학교보다는  잠깐만이라도 집에 왔다가면 마음이 편해 하는 것 같아

밥을 준비하랴 차 태워주랴 늘 바빠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을 차리곤 했었다.

남편과 아이가 좋아하니 나도 기쁘다.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몇 번이나 더 있으랴! 싶어지기때문이다.

지나가버릴 시간이기에 나중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지길 기대한다.

내일은 또띠아 대신 김을 구워 잘게 잘라놓은 여러가지 야채와 단백질 음식을 섞어

즉석에서  싸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겠다.

과일도 사과로 바꾸어 주면 좋을 것 같다.

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쳐야만 작은 아이가 지루해 하지 않을 것이기에 요리책을 뒤지게 된다.

 

내가 야간 수업이 있어서, 또 비가오거나 혹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여 저녁이 부실한 날에는 끝날 즈음에

데리러 와 달라고 전화가 온다.

딸기를 사달라 하기도 하고 또는 순대를 사러가자고 졸라댄다.

차를 돌려 권가네에 가게 되면 어묵을 두 개쯤 먹고 허파를 넉넉히 달라고 하여 순대를 사온다.

이젠 남편도 작은 아이의 마음에 늘 맞추어 주곤한다.

지난 화요일에는 비가 와서 약속하고 같이 데리러 갔었는데 딸기사달란다고 시내를 돌고 돌아 문을 연 

과일가게를 찾아내어 딸기를 사주었다.

운전사 마음인데도 <<입으로는 밤늦게 무얼 먹냐>>고 야단을 치면서도 차를 몰아가주니

나로선 고마울수 밖에...

작은 아이도 큰 아이처럼 <아빠가 자기에게  사랑표현을  가장 많이 해준 때는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

이라고 말할 것만 같다.

역시 고등학교 선생님이어서인지 이맘때 즈음의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또 잘 다룰 줄을 아는 것 같다.

아이들을 삶자체를 알기에, 그들과 동고 동락하기에 아이들의 생활과 생각, 마음을 깊이 체휼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아이들의 꿈에 동참하여 격려하고 그 길을 잠깐 동안 함께 걸어가 주는 위로자이며 안내자인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야지만 되는 직업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그프로그램에 대해 늘 열광적으로

다가서곤 한다.

자신도 아이처럼 똑같이 활동하여 공부하는 것을 감독하고 왔으니 당신 역시 배가 고프니

그 심정을 이해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집에 와서 같이 간식을 먹으며 머리를 텅 비워야 잠을 잘 수 있다며 같이 오락 프로그램을 즐기곤 한다. 

 

오늘 새벽예배를  끝나고 같이 오면서 작은 아이가 당신이랑 많이 친해졌다고 하니

"내가 얼마나 많이 참았겠냐!"며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얼마나 많이 인내하시고 기다리시는지 눈물이 날때가 많다"고 고백하였다.

부모가 되면 그제서야 날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기중심적이며 자기만의 논리로 막무가내로  떼를 써도

 결국 공부해야 할 아이스스로가 변해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해야만 하니

그렇게 되도록 참고 기다리고 마음을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고 기도해 주는 남편이 고맙다.

 

때로 같이 정해놓은 원칙을 지키라고 엄하게 꾸짖어 줄 때도 있어서 더욱더 감사하다. 

나 혼자서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지난 월요일에는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병원이 문을 늦게 여니 0교시에 갔다가 외출허가를 받아 병원에 가라>>고 하였더니

<역시 선생님들은 고리타분하다>고 하며 짜증을 내었었다.

<<그래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네 아빠이기도 하잖아!>> 하니 결국 아이가 설득을 당하였다.

 

꾸짖음이 없어도 아무말없이 영원한 지지자임을 암시해주고 늘 꾸준하고 성실한 모습인 아빠의 존재자체가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는 힘도 그 영향력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지를 느낀다.

아이의  마음 아래의 깊은 바닥까지 엎드려져서 든든하게 지지해주고 맞추어 주기까지 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