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수업들...
지난 주는 첫수업을 하였었다.
화요일의 야간반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였었다.
회장님과 총무님의 도움으로 목도 쉬었었고 어수선한 첫수업이었지만
서로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야간반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역시 견고함이랄까 흔들림이 없음을 느끼게 된다.
직장을 다니고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는분들이 많아서인지 결석이 적고 일관된
마음으로 임하시는 분들임이 느껴지곤한다.
작은 아이와 같은반 엄마도 수업에 들어와 주어 수업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해 주었다.
그녀의 지적이 조금은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곧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글이지만 무엇이든지 처음 대하는 것은 어려운것임을 다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자리에 앉게해 드리고 레씨피를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나의 결벽증과도 같은 마음을 피력할 수 있었다.
모두들 그 부분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가장 두려웠었던 반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수업이었다.
한달에 두번만 있는 수업이다.
엄마의 눈 수술 전후여서 섬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후
잠이 오지가 않아 그밤을 기도 하면서 꼬박 세워야만 했었다.
결국 눈이 두개이므로 한쪽이 잘보이지 않아도 경제적으로나 여러가지 사정들로
방치되어 장애인이 되셨음을 알고 마음 한부분이 안심이 되었었다.
30분전에 미리 가서 기구도 확인하고 준비하였었다.
조를 짜고 레씨피를 나누어 드리니 글을 못읽으신다고 고개를 흔드셨다.
아뿔싸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지혜를 주시는데 조원 중에 글을 읽으시는 분 나오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세조 중에 한분씩은 레씨피대로 재료를 계량 해 주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두들 연세가 많으시지만 살림을 하셨던 분이신지라
단호박과 고구마를 찌는대도 잘라서 찜기에 올리시는 데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모두들 얼마나 잘 하시는지..거품기를 젓는 것도 너무 잘하시고 박수도 너무 잘치시고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머신(반죽기)으로만 수업을 해야지' 하였었던 마음들이 헛된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도리어 나로 하여금 위로받게 하셨다.
내가 마지막까지 해야만하는 수업을 한개만 남기라고 한다면 "결국 이 수업"일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게 만드셨다.
행정실이나 복지관 사무실 분들께도 빵을 나누어드리자고 말씀드리니 얼마나 흔쾌히 응하시는지...
감동 그 자체였었다.
재료비가 정부에서 나오지만 내가 가진 가장 최선의 것으로 함께 하고싶은 열망을 갖게 되었다.
복지사님도 비누나 풍선은 만들어 보았어도 빵수업은 처음해보는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다고 하셨다.
모두들 좋아하시고 잘하시니 인원을 더 늘려보아야겠다고 하셨다.
설문조사를 통해 빵수업을 계획하셨다고 한다.
처음 가지게 된 일관된 이 마음으로 모든 수업에 임하리라 다짐하였다.
그분들께 평생 보석처럼 여겨지고 기억되는 그런 수업을 만들어 가자고...
마지막 첫수업은 주간반이었다.
그동안 다른선생님과 함께 하셨었던 분들이 분명 있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마지막 레씨피는 가장 절제된 재료들만으로 만들었다.
베이킹파우더를 넣지 않고 달걀과 버터거품으로만 빵을 부풀게하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 본레씨피의 1/4정도 베이킹파우더를 쓰도록 허락하였다.
그리고 설탕양(3/5정도로)도 줄였고 단호박과 고구마양을 늘렸다.
심심하지만 깊고 구수한 맛의 빵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모두들 기쁜마음으로 수업에 임해 주셨다.
오전에 양식과 중식자격증만을 다니고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과는 더 일찍 모이기로 약속하였다.
수업이 주중에 3타임(세시간씩)나 있으니 일주일이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큰 아이에게 두번이나 다녀왔으니...
감기기운에 수련회 영향으로 목소리는 아직도 걸걸거리지...
힘들었지만 보람되었었던 날들이었다.
수업으로 인해 분명 때로는 절망과 고통속에 머물기도 할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즐거음으로 감사로 받아들일것이라고 나를 향하여 선포하였다.
나이를 불문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강인함을 알기에....
겨울방학동안 평생학습관에서 예산을 세워 오븐기를 한대 더 구입해 주셔서
수업진행이 훨씬 빨라져서 좋았다.
기다려야 하는 스트레스가 적어졌으니 수업 전체가 매끄럽게 느껴졌다.
조리실 전체시설도 얼마나 깔끔하게 만들어 주셨는지 모른다.
정말 감사하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최고의 시설에서 수업 할 수 있는 행복을 허락하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