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온종일
지난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빗속을 뚫고 원주 토인공방으로 갔다.
딱 일주일만 휴가를 내어 목공예를 하고 싶다더니만 하루 온 종일 삼촌에게 주문 받은 작은 2단 책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세끼를 선생님집에서 얻어 먹었고 또 홈을 파서 짜맞추기로 가구를 만드는일을 직접배우고
또 실습해 보았다고 한다.
밤12시가 다 되어 들어온 남편의 모습은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이 부석부석 부어있었다.
집으로 운전하여 오는데 눈이 너무 따끔거렸었단다.
얼굴에는 여드름도 생기고 옷에도 나뭇가루들이 묻어 있었으며 정말 피곤해 보였다.
그런데도 미소를 머금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가구 만드는 일에 흠뻑 빠져있다가 나와서인지
충만하여 해탈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로 하여금 움트는 새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렇게도 좋은지....
남편은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면서 자신의 하루가 너무 만족스러운가 보다.
선물도 사가지 못했는데 준비해 간 사례비도 꺼내어 감추어 놓지 못하도록 하셨는데
결국 재료비를 부르지도 않으셨고 도리어 호박고구마 한상자와 멸치 한박스를 주셨다.
얼마나 죄송하고 감사한지...
삼촌도 오후에 왔었다가 같이 저녁을 대접받고 갔다고 한다.
받는 것도 사랑임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죄송하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
졸지에 사랑의 빚진자가 되어버렸다.
고 집사님께 얻어 갔었던 나무를 손질해 와서 오늘 저녁에야 차에서 내렸다.
어제까지 비가 왔었기 때문이었다.
탁자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잠자는 침대발치에 세워두었다.
늘 무언가에 흠뻑 빠져 들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이
자신의 즐거움을 늘 적극적으로 찾아 누리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보인다.
되도록 원주에 빨리가서 사랑의 빚을 갚아주리라!
멸치를 사려고 한살림에 가서 들먹거리다가 두고 왔었었다.
주신멸치가 너무 좋은 것이었다.
큰아이에게 보내주려고 머리를 다듬어서 멸치조림을 만들었다.
어제 아침에는 호박고구마를 찌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연잎밥도 같이 쪄고 안동 간고등어도 굽지않고
고구마를 다찐 다음 그 찜솥에서 쩌셔 먹었다.
한순간 얼마나 푸짐해졌는지 선생님부부의 사랑에 감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