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딱 일주일만

걸상 2009. 11. 16. 19:43

남편이 수능을 마쳤으나 3년마다 오는 학교감사여서,

또  2학년을 위한  마음 다짐 대회를 하느라 종일 힘들었었단다.

집에 있는 내가 부럽단다.

몸 살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이었단다.

 

딱 일주일만 휴가를 내었으면 좋겠단다.

"여행가고 싶어서?" 하고 물으니

꼭 박혀서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단다.

"서랍이 달린 화장대를 만들고 나면 수준이 확 오르겠지?"한다.

급한마음에 기능적인 면만 고려하여 후다닥 만들어 버린 탁자가

이젠 정말 듣보잡 같아서 확 분해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한다고 했었다.

 

나 같으면 푹 쉬어 줄텐데

무언가 하고 싶어서 쉬겠다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싶어진다.

작은 아이는 일주일동안 꼭 박혀서 탁구만 하고 싶었었던 날도 있었다고 고백했었다.

 

거의 10년 가까이 늘 야근을 해야만 했고 올해는 새로운 학교로 이동을 하였기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음을 아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남자들은 그렇게 쉬기를 원하는구나!' 싶어졌다.

빈둥빈둥이 아닌 무언가 집중할거리를 만들어서 거기에 흠뻑 빠져서 새롭게 성취감을 얻는 것이

쉬는  것인가 보다.

 

늘 충만한 에너지가 넘쳐서 너무 빨리 소진해버릴까봐 늘 걱정이 되곤한다.

늘 써버려야 다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 아이들이 둘 다 아빠의 열정을 닮은 것 같아 늘 고맙다.

 

갑자기 지치고 긴장감이 풀어지는 시점이 되어 감상적이 되어버린 남편이 

삶과 인격의 전영역에서 속히 회복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