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촌목공소

걸상 2009. 10. 21. 13:18

선생님의 출장이 내촌중학교에 있어서 나에게도 동행할 행운을 주셨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늘 가보고 싶었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얼마나 좋았었는지...

가을의 기분을 한껏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음악하는 내 동생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술하는 사람들의  특유한 민감함이 느껴지는 것이  역시 목수 이정섭씨 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구들을 구경하는데 그곳에서 별로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하루종일 있고 싶어지는 마음을 누가 알리요마는...

깊다고 표현하는 것이 마땅한 나무들이 정말 정겨웠고 간결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그런 느낌이 참 좋았다.

가구들을 바라보며 인체공학적으로 편리한 라인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가구들에 비해 너무 작게 느껴졌었지만 딱히 그 이상가는 표현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언젠가 잡지에서 보았었던 그림을 실제로 보았을때에 오는 탄성과 감격...

예술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뻐해야 한다고 나를 다독거리게 만들었다. 

 

너무 고가이어서 소장할 만한 형편도 안되었지만 보는 것만으로 만져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남편은 궁금한지 내가 어디로 움직여도 절대로 먼저 뚜렷한 이유없이 전화하지 않는편이데도 몇번이나

"어디냐? ""어떻냐?"고 물어 왔다.사진을 찍어 가기로 약속했었던 터라 열심히 사진을 찍어왔다.

 

자신의 날카로움을 뭉뚱거리고 싶지 않음이리라!

돌아오면서 늘 긴장감으로 그렇게 아름다움을 추구해주길 기도하게 하였다.

 

점심에는 고향식당이라는 곳에가서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삼척에서 십년이상 이십년가까이 살으셨던 분이셨다.

얼마나 반갑던지...동행하셨었던 선생님과 사장님 두분이 알고 있는 사람이 겹쳐져서 서로

이야기해도 끝이 없었다.가을이어서 문득생각이 났던 분이셨는데 이곳에 와서 소식을 듣게 되었다시며

좋아하셨다.루사때이야기며 매미를 겪은 이야기며...

바다가 그립고 가장 잡숫고 싶은 것이 가자미 회라면서 다음에는 가자미회 좀 꼭 사오라신다.

나중에 남편과 같이 가게 되면 꼭 사장님을 위해 회를 사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즈음은 쥐치회가 많이 나오는데....

 일본인 화가가 밥을 먹고 가면서 그려 준 그림이라고 자랑하셨다. <폭포인가?>보다 라고말씀하셨었다.

글씨를 읽어 보니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그린 그림같았다.

 

한참있다보니 청국장을 드시러 오신 여자분들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1박2일로 맹인이시며 침을 잘 놓으시는 분이 근처에 사시는데 그곳에 다녀 가신단다.

밥을 드시고선 모두 다 머리끝 정수리에서 서로 침을 빼주고 있었다.

얼마나 신기하던지....여섯 분정도 되셨었는데 다들 일주일 있다가  한번 더 와서 침을 맞고 가야한다셨다.

아마 내 나이 또래나 혹은 더 많거나 하신분들이었다.

오랫동안 오른팔을 아파하셨었고 또 최근 교통사고로 허리부분도 약간 삐걱하셨었기에

우리 선생님도 마음이 혹해 하셨었다.

  

간판이 두개였었는데 세워진 간판은 고향집이었고 눕혀진 간판은 고향식당이었다.우리가 먹은 메뉴는 두부전골이었는데 전골도 좋았었지만 가장 기억나는 반찬은 고들빼기김치였다.

이글을 쓰다보니 아직도 입안에서 쌉쌀하면서도 매콤한 고들빼기 김치의 여운이 남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만해도 침이고여 온다.

계절의 특이한 밑반찬을 이렇게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내어 놓으시는 분들을 뵐때면 늘 고맙고 존경스럽다.  

사장님의 주특기는 청국장과 코다리 찜이라고 하셨다.

화학조미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깔끔한 맛의 맛집에 들어올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 감사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나보고 인터넷에 올려달라시며 포즈를 취해주셨다.

그래서 올려본다.내가 기다리는 동안 연구발표를 참관하시고 오신 신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최차란 다기에

황차를 우려주셔서 사장님과 같이 또 차를 마실 수 있어 행복하였었다.

오는 길에 차를 돌려가지고 오니 사장님이 애호박을 검은 봉지에 담아 주셨다.

당신의 마음이시라면서...또 감격...

 

여초공방에는 아침에 오면서 고속도로에서 미리 들르겠다고 말씀드렸었다.

도착하니 벌써 저녁을 준비해 주셨다.

구석구석 둘러보시고선 당신이 교사여서 어쩔 수 없다시며 전업하신 이유를 물으셨다.

선뜻 하시던 일을 그만두시고 집과 가구를 만드는 일로 전업하실 수 있는 그런 강직하심이

당신의 작품속에 녹아있다.

사람의 몸에 알맞고 건강에 좋은 가구를 고집하심이 그렇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수업 중에 직업에 대해서도 가르치셔야 하기에  관심이 크다시며 오는 길에 말씀하셨다. 

나는 옆에 앉아있기만 해도 힘들었는데 종일 운전하신 선생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도 참으로 감사하고 아름다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