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상 2009. 9. 18. 01:58

문득 나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로 주위를 돌아 보곤한다.

내가 느끼는 소중하고 자질구레한 감정들, 내 영혼의 갈등과  슬픔을 다 토해내고 싶을때가 있다.

그리고 동조와 공감을 얻고 싶어진다.

인정받고 싶어지는 욕구들이 내 안에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욕구이리라!

 

참으로 홀로 있음을 즐기지만 어느 순간엔 몸서리 쳐지도록 그리운 이들이 있다.

스스럼없이 절대공간이라고 말하곤 하는 장소에 앉아 있노라면 더 같이 있고 싶어지는 이들이있다.

가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해도 편안한 이들이 있다.

만남을 더해갈수록 더 친밀해지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서로 상대방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요즈음에는 큰 언니와 긴시간 이야기를 나누곤 하여 힘을 얻곤 한다.

같은회사의 070 인터넷 전화를 쓰는 사람은 무료라고 하여 나도 언니와 같은 것으로 사용하니

자연스럽게 모든 삶을 나누게 되어 참 기쁘다.

요즈음은 나이가 들면 형제끼리 같이 살고 싶어진다는 말이 진실한 고백임을 느끼게 된다.

 

김집사님,박선생님은 역시 거의 모든 것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때로 너무 잘 알아서, 혹은 너무 사랑하기에 자기의 좋은 것을 지나치게 권하다가 

날카롭게 대립각을 이루어 아슬아슬하게 여겨지는 순간도 있지만

존재함 자체가 내게 하나님의 축복임을 깨닫게 되곤 한다.

 

서로에게 있는  비슷한 구석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모른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있는 모습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

 

주위에 쉽게 친해지는가 싶다가  쉽게 싫증을 내는 이가 있다.

그 모습이 아쉬워  나는 속으로 내가 오랫동안 친구가 되어주어야지 하고 스스로 다짐을 한다.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게 천천히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때로 절제를 하며 만나가기도 하곤 한다.

양은 냄비가 아닌 무쇠솥처럼 천천히 달구어지는 그런 우정을 갖고 싶다.

 

나이 오십이 가까워오니 우정이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읽으며 감동했었던 십대와 이십대를 생각해 본다.

오십이 가까워 그 글을 읽으며  글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된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직도 맑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지곤 한다.

 

 

나는 아직도 새로 사귄지 6개월이 안되 신혼관계인 친구도 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늘 열어둔 다는 것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일, 사람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열어 변화를 감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이 정신적인 유희로 충족되지 않고 생각이나 사유보다 

그것들이 육화된 단순하게 실천하는 삶이 중요함을 아는 나이임에도

나는 책들이 꽉 들어차있는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곤 한다.

아마도  어릴적 부터 우리집에 늘 책이 많았었던  탓인것 같다.

자라면서 그리고 살아오면서 책 속에 파묻혀 있었던 순간들이 많았었기에

실은 홀로 충만한 시간들을 정말 즐기곤 한다. 

 

안방을 서재로 만들고 나니 우리가족 각자마다 하루중 가장 많이 있게되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재에 물리적으로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일 것이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참 열심히 책을 읽었었지만 쉽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잡았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줄 수 있는 간결하면서도 화끈한 일본 소설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직장을 그만두기 1년전 무렵 이었었던 것 같다. 

 

서재를 책 별로 정리해 놓고 나니 그동안 읽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읽지 못했었던 어려운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느  날에는 종일 한 책을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책을 읽느라 밤을 세운 적도 있다.

 

책을 읽고 묵상하며 지식과 생각을 넓혀 가고 성숙해져감을 느끼기에 

열정을 다하고 즐기는 것처럼

사람에 대해서도 평소 읽고 싶었었던  책을 대함과 같은 동일한 두근거림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앎에 대한 욕구의 충족과 정서적인 안전감을 추구하며 책읽기에 열정을 다하는 것 처럼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게 다가가리라.

그이가 젊든지  연세가 드셨든지....

 

오랜시간 동안 살아오면서 갖게되는 각자의 고유한 재주와 깨달음을 서로 드러내며

공감하고 공유하는 즐거움이야 말로

가장 큰 위안이며 힘임을 아시기에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철이 철을 빛나게 하는 것 처럼 사람이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한다고  하셨으리라! (잠언27:17)  

 

직장을 그만 둔 것과 서재를 정리한 것은 내게  참으로 동일한 효과를 초래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또 진지함을 가지고 깊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때로 남편이 나의 가장 기막힌 친구임을 깨닫곤 한다.

남편과도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더 투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한다.

 

부디 새로 시작되는 이 계절은  주님을 나의 가장 친밀한 친구로 삼는 순간이길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