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안방을 서재로 꾸민 후 그곳이 우리 온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다슬기를 사서 가져와 일러 주시는대로 삶았다.
간에 좋다고 선전하였더니 씁쓸함 그대로 너무 잘 먹어주어 감사하다.
첫 날 사온 날 삶으려고 하니 너무 냄새가 났었다.
아무래도 욕심을 내어 양을 많이 내시려고 잡아 주시는 할머니께서 잡아놓은 것들의
물을 제대로 갈아 주시지 않았었던 것 같다.
할머니께서 의도하신 것도 아닌 것임을 알기에 다 버려 버렸고 그냥 그대로 있을 생각이었는데
중간에서 소개하신 분은 마음이 편하지 않으셨었던 것 같다.
목요사역을 마치고 나니 할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방금 잡아 놓았으니 오라신다.
괜찮다 해도 막무가내시다.
가보니 냄새 하나도 없이 얼마나 싱싱하던지...
다슬기를 박박 깨끗이 씻어서 물에 30분정도 담구어 두었다가, 펄펄 물이 끓을때에 넗어 확 끓어 올라오면
5분정도 더 끓인 뒤에 불을 꺼서 그대로 식혀야 한다고 하셨다.
식은 후 다슬기를 건져내고 그 물에 된장을 풀고 부추를 넉넉히 넣어 끓여주고 되도록
양념을하지 말고 그 맛 그대로 즐겨야 한다고 한다.
다슬기 살을 발라 주었다가 마지막에 위에 살포시 고명으로 올려주면 된다고 한다.
늘 레써피 그대로 해 온 터라 경은재 사모님께서 일러 주신대로 주었더니 남편이 너무 행복해 한다.
먹을 것도 없으면서 손이 얼마나 바쁜지 시간을 죽이는 장수라해도 될 것 같다.
처음 삶은 날은 온 저녁을 다슬기와 씨름하였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남편을 위해 탁자 앞에 앉아 TV를 보며 다슬기 살을 발라주었다.
아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작은 아이는 절대로 먹지 못하겠단다.
우리는 그 나이에 다슬기에 목숨을 걸었었는데 살을 발라 먹기 좋게 주어도 싫다고 하다니...
우리는 어릴적 추억이 있어서인지 다슬기라면 귀찮아도 정신을 못차리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