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딸아이 친구들도 온다하고 엄마생신이어서 언니들도 온다고 하여 김치를 담구어야 할 것 같았었다.
어제가 북평장이었는데 파시할때에 가서 김칫거리를 사고 곧장 엄마에게 가서 고춧가루를 얻어왔다.
배추를 절여놓고 보니 너무 적게 사온 것 같았다.
5,000원에 배추 3통을 샀는데 '담그는 김에 더 많이 만들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13년전쯤에 한 아파트에 마주보고 살았었던 우리 교회 집사님께서 나는 다 잊은 그 당시 이야기를 들려 주었었다.
내가 매주 마다 그렇게도 열심히 김치를 담았었단다.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서 퇴임하신 직후 여서 우울증 증세를 겪었었던 엄마를 위해 김치를 열심히 담가다 드렸었다.
한참 김치에 재미를 붙여가며 김치를 담구곤 했었던 기억이 새로웠다.
직장 다니면서 김장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구어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먹곤 하였었다.
5월쯤 봄김치도 한꺼번에 담구곤 하였었다.
올해는 유난히 김장김치가 많이 있어 아직까지 김치를 담그지 않았었다.
남편이 열무김치가 먹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었기에 열무까지 사서 절여두었다.
잊어버린 기억을 살리려고 인터넷으로 김치담그는법을 살펴보았다.
오늘 아침 아침마당에서는 여자가 나이 오십이 되면 혀의 감각을 잃게 되어
요리솜씨가 없어지는 시점이라고 하였었는데 걱정이 되었다.
오늘 종일 네 가지 종류의 김치를 만들었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오이김치,부추김치를 담그고 나니 하루 해가 다 지나가 버렸다.
오이김치이다.물이 잘박 잘박하게 만들었다.
배추김치를 시원하게 하려고 붉은 생고추를 갈아넣어주었다.
양념은 동일하게 만들었지만 김치종류에 따라 생고추와 고춧가루비율을 다르게 넣어주었다.
큰 아이가 맛을 보더니 너무 맛이 있단다.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무엇인들 맛이 없겠는가?
열무김치에 물을 넉넉히 넣어 국수도 비벼 먹을 생각이었는데 잘 만들어 졌는지 자신이 없다.
오래전에 신선생님이주신 젓갈을 넣어 주었다.
김치에 넣고 부추가 많은 것 같아 조금만 부추김치를 만들었다.
익은 부추김치를 따뜻한밥에 올려 먹는 그 맛을 누가 알리요!
열무두단,배추3통,오이11개,양파2개,부추1단,고춧가루,붉은생고추20개쯤,마늘,생강,참깨,대파,현미찹쌀밥이 남아서 죽을 끓여 고춧가루를 개어 넣어 주었다.젓갈을 넣어 간을 맞추었고, 설탕은 하나도 넣어 주지 않았다.
색깔은 그럴듯하다. 부추는 벌써 적당하게 익어 냉장고 에 넣어 주었다.
다른것들도 익기 시작하는 단계여서 하룻밤을 지나고 나면 가장 적절한 상태로 발효가 되어 있을 것 같다.
얼마나 맛이 있을런지 기대가 된다.
김치를 다 담그고 나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큰 아이가 레슨비를 받았고 또 오늘이 중복이라고 온가족에게 한턱을 쏘고 싶다고 하였다. 얼마나 감사한지... 김치 담근 후여서 저녁까지 차릴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었기에 더욱 그랬었다. 호수식당으로 닭백숙을 먹으러 갔었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 너에게 얻어 먹을 순 없다>며 남편이 나보고 계산을 하란다.
집에 와서 앉자 마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 농약을 치지 않은 배추를 형님께서 주셨다>며 나와 나누어 먹고 싶단다.
내일 아침에 김치를 담그려고 또 절여 두었다.
이러다 김치 담그는일에 신명이 나서 정신 없이 몰두하게 될 것만 같아 두려워 진다.
언젠가 열정적으로 김치를 담그시던 강의순선생님이 인간극장에 나왔었다.
무엇이든지 하면 할수록 열정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09년 7월 25일 오후12시50분쯤
네가지 김치만으로 밥을 먹었다.
먼저 부추김치로 따뜻한밥을 감싸서 한잎!오이김치,열무김치,배추김치!
모두 맛이 있었다.
김치의 얉은맛이 얼마나 황홀한지...
순간 깊은 맛의 김장김치가 그리워졌었지만 오늘은 충분히 새김치를 즐겨보아야지...